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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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4.5
영화를 생물학적으로 보려는 사람들도 많고 플롯 그대로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인은 꽤나 영화가 인간 심리를 은유한 영화처럼 보였다는 느낌이 강했다. (스포일러) . . . .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점은 하필 그 많은 장소들 중에서 등대가 외계생명체에 의해 감염된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레나와 케인은 행복한 부부로 나타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건 지 조금씩 밝혀지고 결국 댄이라는 동료와 레나가 불륜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에 대해서 케인도 대충 알고 있었다(거나 혹은 레나의 추측으로는 그가 이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돌아오지도 못하는 임무에 참가한 거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 등대는 육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곳이 아니다. 바닷가 멀리로 나갔던 바다사람들이 이 불빛을 보고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등대지기는 레나요, 등대를 보고 집에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멀리 임무를 자주 나가곤 하던 군인 케인이다. 이는 이들 사이의 신뢰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등대가 어떤 예상치도 못한 변수에 감염된다. 이것이 바로 불륜. . 영화 초반에 케인은 관객인 우리가 보더라도 꽤나 냉혈하고 부부였다는 게 안 믿기도록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레나가 등대에서 확인한 사실은 원래 케인은 자살을 해 죽었고, 사실은 외계 생명체이자 케인의 복제품인 또 다른 케인이 레나를 찾아갔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원래 케인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는 케인이 자신의 레나와 함께 했던 옛날의 모습을 벗고 새로운 케인이 되어 돌아간다는 뜻으로 보인다. . 그리고 중요한 그 다음 장면은 완전 은유덩어리다. 레나는 이곳에서 자신도 새로운 레나를 만들어 내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또 다른 자신과 부딪혀야 하기에 꽤나 뼈아픈 변화의 과정을 보인다. 동시에 원래의 레나는 새로운 레나를 만들기 싫어해 거부하는 느낌까지 든다. 결국 원래의 레나는 만들어진 레나를 없애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외계 생명체이자 새로 만들어진 (혹은 만들어질 뻔했던) 레나는 원래 남편 케인의 시체와 함께 등대에서 불에 타고 만다. 즉, 이들의 관계가 이 지점에서 끝난다는 것을 말한다. 더더욱 흥미로운 것은 원래의 레나가 이곳에서 탈출을 성공한다는 의미이다. . 마지막 장면들에서 레나는 이렇게 말한다. " '그것'은 따라하려 하지도 않았고 파괴하려 하지도 않았어요.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자 다른 동양인 박사가 그 이유가 뭐지? 라고 물어보더니 레나가 말하길) 저도 모르겠어요"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한 부분은 해석하기가 까다롭다. 불륜을 저지른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레나는 자신도 이 관계를 끝내야 하고 자신도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동시에 "나도 내가 뭘 원하는 지 모르겠어"라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내가 진짜 왜 그런 거지.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이렇게 파괴하고 바꾸려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게 뭐지?" . 결국 탈출한 건 케인과의 관계를 마음 속으로 끝내긴 했지만 여전히 앞을 나아가지 못하는 옛날의 (원래의) 레나이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 장면에 레나는 "당신, (내가 알던) 케인 맞아?"라고 물어보고 케인은 "아닌 거 같아...너는 (내가 알던) 레나가 맞아?"라고 물어보는데 레나는 이에 대답하지 못한다. 다만 서로의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둘 다 자신 내면의 뭔가를 변화시키긴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케인은 완전히 책을 덮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까지 한 상태고, 레나도 책을 덮긴 했지만 아직 반납하진 못하고 가끔 책 안을 들려다볼 듯한 느낌... . 영화에서 자기파괴(Self Destruction)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들이 몇몇 나온다. 심리적으로는 분노가 외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해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자기 자신을 해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다고 뭐 달라지는 거야 겉으로는 없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속도 시원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의 길을 택하기도 힘들다. 동시에 생물학적으로 자기파괴는 이해하기 힘든 세포의 기본 기능이다. 영화 초반에 달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나오지만 신의 한수이자 신의 실수와 같은 이 자기파괴 기능은 세포 분열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을 통해 실행된다. 세포 분열이 계속되는 한 레나는 "변하지 않고" 자신의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세포의 자기파괴 혹은 자신의 죽음을 확정짓는 행위는 진화, 발전 그리고 균형에 엄청나게 큰 기여를 한다. 죽음, 끝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인간은 진화를 할 수 있었다. 만약 생명체들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면 지구는 과포화 상태일 것이고 죽지도 않는데 자신의 삶을 발전시킬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철학도 필요없지 의학도 필요없지. 결국 이 영화에서 계속 테마로 나왔던 자기파괴는 이 둘의 "변화" 혹은 "잠정적 발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 이렇게 보면 꽤나 남성과 여성의 사랑 얘기를 SF와 생물학을 합쳐 만든 예술 작품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SF 영화로 보이고 본인 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문학 혹은 미술 한 점으로 보이게 만드는 예술 작품 (본인은 아예 처음에 레나가 마취약으로 기절하는 순간부터 "아 이거 딱 셔터아일랜드 각인데..."하고 봐버렸다 😅)다만 한 관점으로만 보기엔 뭔가 걸리적거리는 점들이 있어 두 개의 관점을 이용해 봐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이것이 그저 전형적인 SF 영화였다면 중간에 레나와 케인의 과거 장면들이 뜬금없이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나탈리 포트만이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 학사를 마쳤다는 점에서도 꽤나 영화를 심리학적으로 보게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취항에 맞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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