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알랭 레네 감독님의 기억에 관한 작품들은 지금 봐도 전위적이다. 베르그송의 지속 시간 개념이 떠오르는 듯한 영화. 기억은 분절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의 분기 속에서 창조되고 지속되는 어떤 것. 더군다나 기억은 시간뿐이 아닌 시공간이기에 공간을 매듭지어서 창조되는 기억들. "생명에게서의 미래라는 것은 분기로와 같이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에 부단 한편 연속적으로 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란 이 순수 지속에의 귀일이며, 그 발현으로서의 순수 자아에 의한 행위이다." 결국 미궁같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헤매이며 현재를 재구성하면서 나아가는. 기억엔 정답이란 없기에. 꽤나 괜찮은 플러팅 전략같기도하다. 혹시 저희 만나지 않았나요? 그 때 그 파리에서요. 퐁네프 다리에서 같이 센 강을 구경했잖아요. 한 손에는 마트에서 산 싸구려 와인 한 잔이 있었죠. 그 때 우리는 줄리엣 비노쉬가 불쌍하다던지 르니 다방이 불쌍하다던지 이야기를 하다가 폭죽놀이가 터지는 것을 봤죠. 퐁네프 다리에 간 적이 없으시다고요? 아뇨, 저는 똑똑히 기억해요. 센느 강의 수 많은 다리 중에서 퐁네프에만 폭죽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죠. 쓰다가 잘못하면 홍상수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기억의 반복과 변주 그리고 현재는 홍상수 주제랑도 맞닿아있잖아!
좋아요 17댓글 0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