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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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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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가 시작된다

시리즈 ・ 2021

평균 4.4

내 얘기보다 더 내 얘기 같은 걸 만날 때 신기하게 절로 동하고 만다. 뜬금없이 튼 영상에 망치를 꽝 맞은 기분. 우선 구성이 꽤 특이하다. 연극-드라마-다큐멘터리를 기묘하게 합쳐놓은 장르 같다. 주요 6명의 연기도 모두 편안함. 이를테면 진짜가 아닌 것을 아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고, 스토리를 감상이 아니라 체험하게 만든다. 가본 적 없는 장소에서 어떤 계절에 이 6명과 함께 술을 마신 것 같은 느낌... 상황상 포기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게 속절없는 미련인지 끈질긴 희망인지 잘 모르겠는 이야기 또한 좋아한다. 1화를 틀었을 땐 괴상하고 심심한 늘 나오는 그저 그런 드라마겠지 했는데 엔딩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가 먼저 울었다. 소박하지만 스펙타클한 새옹지마 인생사에 도무지 철철 안 울 수 있는 요령을 여전히 모르겠다. 한 회마다 드라마가 바늘처럼 사람을 찌른다. 10년을 굴러먹다 이후엔 마땅한 보상이 찾아올까? 내 노력은 보답받을 수 있나? 그만두기도 힘들고 계속하기도 힘들 때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맞을까? 내가 뭘 잘하는지 애초에 내가 뭘 할 줄은 아는 사람일까? 성공이란 건 과연 뭘까? 란 물음을 쉴 새 없이 던졌던 과거의 나와 너무 겹쳐보여서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미디어든 현실이든 표방하는 성공이란 소위 말해 '번듯함'인 것 같은데 어릴 때 상상한 모습과 달리 맞닥뜨린 현실의 어른인 나는 생각보다 초라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인생은 생각처럼 되지 않아, 를 멋진 문구처럼 생각하면서 평생 납득은 하지 못하는 것처럼 대부분은 그렇게 흘러가나보다. 콩트가 시작된다를 보면서 남이 인정해줬을 때 내가 존립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나 스스로를 존립했을 때 도리어 남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를 오래 고민했다.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문제처럼. 여전히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도 평생 모를 것 같다. 다만 하나 알게 된 건 꿈은 완전히 철거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사다닐 뿐이라는 것이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그저 옮겨지는 것뿐이다. 끝까지 지키려는 발악도 좋지만 내가 너무 슬프기 전에 잘 놓아주는 것도 어른이 될 수 있는 하나의 방법 같다. 어쨌든 멈춰 있기보단 어디로든 전진할 수 있도록. 질긴 꿈을 놓아본 적이 있어서 이 드라마가 재밌었고 와닿았다. 너무 집중한 사람들은 당연히 보이지 않겠지만 사실 꿈은 하나가 아니다. 다시 찾을 수 있고 다시 만들수도 있다. 나를 설레게 만들고 나에게 중요한 '진짜'는 사실 어디에든 있다. 내가 믿기만 한다면. 인생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고 삶은 매번 다음이 있다. 그러니 다시 찾으면 된다. 나에게 진짜가 될 수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너무 비장하게 살지 말기. 심각하거나 무거운 건 아무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게임처럼 가볍게. 사는 건 항상 새롭게 깰 수 있는 다음 판이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