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Y
8 years ago

어댑테이션
평균 3.6
개인적으로 소재가 없다는 걸 소재로 기막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8과 1/2>의 페데리코 펠리니나 이 영화의 찰리 카우프만(연출은 스파이크 존스지만)은 '진짜 천재'들이다. 헐리우드 스타일(마약, 섹스, 총, 자동차 추격, 역경 극복하기 등)은 싫다면서 정작 본인이 뜬금없이 쌍둥이인 것부터 시작해, 헐리우드 공식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마무리 짓는 카우프만의 자아비판과 헐리우드 비꼬기. 그 중에서도 백미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작가 로버트 맥키 캐릭터의 등장.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만한, 시나리오 쓰다 막힐 때 맥키의 시나리오 책을 뒤적거리면서 "난 그렇게 쓰기 싫은데...", "이럴 땐 어떡하냐고" 하며 혼잣말하는 상황을 현실로 구현시켰다. 특히, 내레이션 중에 맥키가 일침하는 장면에선 나도 움찔했다. 스포) 이 영화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예술을 하고 싶은 카우프먼과 성공 공식을 철저히 따라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싶은 속물 카우프먼이 공존하다 결국 속물 카우프먼이 죽고 예술가 카우프먼만 남지만, 그도 정신적 성장과 변화를 겪으며 현실과 적당히 타협을 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도 영화화가 가는한 걸 보니 동생 카우프먼이 쓰던 경찰이면서 범인이기도 한 주인공이 자기가 자기를 추격하는 말도 안 되는 장면도 아마 구현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