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평가하기가 약간 애매하다. 2021년에도 웬만한 여성작가들은 2000년대초 쿨한 감성을 못 버린 채로 대본 쓰는 것 같아서 경악스러움. 늘 중요한 핵심은 술과 연애, 남자와 섹스. 메인으로 우정을 표방하는 척하면서 사실 진짜 보여주는 건 술 때문에 남자랑 자고, 술 때문에 남자한테 당하고, 술 때문에 남자랑 사귀는 것. 한바탕 들이붓고 취하고 우악스럽게 욕하는 게 '힙'한 느낌으로 통용되는 게 너무.. 촌스럽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난 그냥 그렇다. 원작은 안 봐서 원작 얘긴 할 수 없지만 티빙 오리지널이라 이것저것 자유롭게 캐릭터나 장면 구성할 수 있고 덜 검열돼서 나오는 게 이 드라마의 큰 매력이면서 동시에 이 드라마의 큰 문제 같다. 별점은 그냥 배우들에게 주는 점수. 의도치 않게 한선화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봤는데 그는 거의 푼수끼 가득한 술집여자거나 미인계로 남자 꼬시는 꽃뱀역이었다. 연기력도 좋고 맛깔나게 캐릭터 구축도 할 줄 아는데 왜 매번 이렇게 저질스러운 역밖에 받을 수가 없나 싶다가 그래도 이번 역은 조금 덜 눈살 찌푸려지면서 유난히 자기다운 역 맡아서 좋음. 정은지는 처음 발판부터 지금까지 어딘가 어나더레벨에 떠 있는 사람 같다. 연기를 하는 게 아니고 어느 차원의 진짜로 살고 있는 사람을 따와서 화면에 박아넣는 능력은 감탄을 넘어서 매번 경외감이 듦; 거칠고 투박하지만 의리 넘치고 잔정 깊은 본체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와서 캐릭터를 만든 게 재밌음. 공부 안 하고 정석 같은 거 없는데 날것 느낌으로 이렇게 연기를 하는 게 말이 되나 싶다. 이선빈은 지금까지 본 영화 드라마 통틀어 이 역이 제일 발랄하고 자신과 비슷한 느낌이라 편안함. 정은지와 한선화가 다른 방식으로 통통 튀고 있을 때 이선빈이 중간에서 중심을 잡아줘서 아주 요란해 보이거나 넘치게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음. 정리하면 캐릭터들은 모두 본체와 싱크로율 높고 자기들다워서 좋은데 그 외엔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 트렌디해 보이려고 노력할수록 촌스러운 대사와 부어라마셔라 유행은 오래 전에 지나갔는데 지겨운 클리셰 레파토리 돌려쓰기.. 이 나라는 대부분의 방송에서 방통위나 영등위 심위 때문에 아직 타투/담배/욕 모자이크나 삐처리 하면서 술은 왜 이렇게 좋은 거라 조장하고 많이 마셔야 잘 마셔야 술자리를 빼지 않아야 멋지고 쿨하다고 세뇌시키는지 잘 모르겠음. 어차피 가볍고 병맛스럽게 만들었는데 왜 이렇게 윤리를 따지냐 싶겠지만 여러가지가 불편한 건 어쩔 수가 없음. 어떤 건 흥미로워 보여도 굳이 즐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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