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예

시
평균 3.9
2016년 07월 09일에 봄
시는 새처럼 내게 날아온 꽃 씨처럼 시들어 피어 나는 나 - 시는 어쩐지 순수한 이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진다. 영화 속 미자 씨의 대사를 빌리자면 "꽃도 좋아하고 좀 이상한 소리도 하고" 약간 별세계 사람 같아야 시를 짓고, 시인도 되는 것 같다. 그녀 또한 처음엔 막연히 머리 위를 장식한 모자처럼 삶에도 작은 멋을 부여하고자 시 쓰기를 수강하는 듯 보인다. 그래도 그 마음이 결코 가볍진 않아서,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본다'를 수행한다. 다만 시가 될 아름다움만에만 몰두한다. 당연히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이 다 순수하고 아름답지는 않은데. 미자는 그런 것들은 주의깊게 보지 않는다. 아니 볼 용기가 없다. 사진 하나를 겨우 훔쳐나오고, 뒷꿈치를 들고 몰래 들여다본 것으로도 벅차다. 불편한 자리는 서둘러 떠나고, 더러운 얘기엔 "난 잘 모르지만요"로 뒷걸음질 치면서, 시는 단 한줄 쓰지 못했다. 시는 정말로 순수한 이들의 전유물인가. 어떤 여자는 한 줄을 텄더니 나비처럼 훨훨 시가 써졌다는데. 시 낭독보다 음담패설이 더 유창한 저 남자도 시를 쓰고 읽는다는데. 시인조차도 시가 죽었다는 둥, 죽어버리라는 둥 술을 퍼마시는데. 얼어죽을. 이 세상 어디가 아름다워. 어느 누가 순수하다고. 시는 대체 무언데. 살구씨처럼 웅크린 그 밤, 그녀는 무엇을 양분삼아 울었을까. .... 아니 그래. 그럼에도 시는 결국 순수한 이들의 전유물인 것이다. 꽃처럼 세상을 가리지 않고 피어나-당연하게 아름답지 않은 이 세상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서, 그래서 못 견뎌 울부짖다 제 몸 땅에 떨구어 다음에도 또 피어나리라-는 그런 가여운 이들의 기꺼운 노래다. 그렇게 피어난 너를 들여다보던 내가 너로 시들었듯이 너도 언젠가 나로 피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