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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

니하

7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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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책 ・ 2018

평균 3.0

김 언 - 신혼여행 우리는 신혼여행중이었고 그래서 비행기 안에 있었다. 아니면 기차 안이나 버스 안에 있었을 것이다. 더 가난했다면 무엇을 타고 무엇에 속해서 가고 있었을까? 우리는 충분히 가난하지 않다. 충분히 가난하지 못해서 별 네 개짜리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틀 밤을 보내고 사흘 밤이 되는 날에도 우리는 호텔에 있었다. 304호이거나 403호이거나 거기서 거기인 별 네 개짜리 호텔에서 우리는 있었다. 사흘 밤을 보내고 나흘째 되는 날 우리는 떠난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혹은 비행기에 속해서 갈 것이다. 우리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우리는 충분히 부유하지 않다. 충분히 부유하지 못해서 구석에 실려서 간다. 이 여행이 행복한가? 누군가 묻는다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우리가 속한 구석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비행기는 쏜살같이 우리가 속한 장소을 바꾸어간다. 그래봐야 하늘에서 하늘, 땅에서 땅으로 옮겨가는 우리의 위치를 곰곰히 따져 묻는 일쯤이야 수도 없이 해봤던 것. 그래봐야 바뀌는 건 대답이 아니라 장소. 장소가 아니라 또 무엇이 있어서 우리는 비행기 안에 있고 호텔에 있고 304호에 있고 403호에도 있고 처음 가보는 공원에도 있고 박물관에도 있고 시장에도 있는 우리가 되었을까? 장소가 아니라 또 무엇이 있어서 감옥에는 없고 전장에도 없고 응급실에도 없는 우리가 되었을까? 또 무엇이 있어서 당신은 요양원에 있고 납골당에 있고 끝내는 아무도 없는 곳에 있을까? 우리는 가고 있다. 우리는 신혼여행중이었고 처음 출발했던 공항으로 돌아와서 짐을 찾는다. 우리와 함께 실려왔던 짐을 택시에 싣고 혹은 버스에 싣고 새로 장만한 집에 가서 있기 위하여 몸을 싣는다. 당신은 행복한가? 나는 아니라고 말 못 한다. 그렇다고도 말 못 한다. 그저 여기에 있다는 사실뿐. 행복할 줄도 불행할 줄도 모르는 짐과 함께. 어쩌면 당신이라는 참으로 이상한 장소와 함께. 고달프게 고달프게 여행을 마치고 왔다. 우리는 신혼여행중이었고 한밤중 도착해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