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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저런 날이 오겠지. 내 나이가 미워지는 나이. - 본문 203p 올해로 86이 된 우리 외할머니는 자기 이름이 “이연세”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이 연세에 OO를 하시다니”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랜다. 우리 할무이는 학창시절 농구선수도 하고 수영에 테니스까지 잘하는 만능 운동선수에 새빨간 립스틱이 아주아주 잘 어울리는 멋쟁이인데 본인의 나이가 맘에 안드는 것처럼 보인다. 태생이 아웃도어파에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도 구매할 줄 아는 신세대인데 나이가 80이 넘었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다 해주려고 하고 그저 앉아만 있으라고 하니 할무이 입장에서는 답답해 죽을 지경인 것이다. 설상가상에 왕년에는 호랑이같았던 외할아버지가 치매 증세를 보이면서 집 밖으로 나가질 않으시니 덩달아 집에 묶인 신세가 된 우리 할무이는 친구들이랑 강릉으로 여행 한번 가려고 할때도 눈치를 한껏 보고 가야한다. 이 책을 읽고 할무이 생각이 많이 났다. 항상 의욕이 넘치고 하고싶은게 많은 할무이는 사업에 실패한 가장의 자격지심을 모두 받아주면서 살았지만 4남매를 모두 훌륭하게 키우고 80이 돼서야 은퇴를 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공부하느라 바빴던 우리 부모님을 대신해 나를 키우기도 했고. 5월 중순 즈음에 내 자취방 근처에 있는 교회로 일요일마다 예배를 드리러온다는 할무이에게 손녀딸이 번 돈으로 점심 한번 드시라고 연락을 해서 애슐리를 간 적이 있는데 할무이는 뷔페도 좋아하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도 먹을 줄 알지만 젊은 애들 오는 곳에 늙은이들끼리 오면 눈치보이니까 이런 곳은 잘 못온다고 하셨다. 그 놈의 나이가 뭐라고 우리 할무이는 하고싶은 것도, 먹고싶은 것도, 배우고싶은 것도 눈치를 봐야하는지 화가 났다. 새로운 걸 배울때마다 “다 늙은 이가 주접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사는 우리 할무이는 이미 늙은 자신은 더이상 기회가 없다고 느끼는걸까. 하지만 나는 우리 할무이가 빨간 립스틱을 바르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지, “이 연세”에도 손녀딸에게 코레일앱으로 기차표를 사는 법을 배워 경로우대할인까지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안다. 우리 할무이가 90이 넘어서, 그리고 100세 생일에 촛불을 불면서도 이름이 계속 “이연세”면 좋겠다. ————————— 2021.07 할무이, “이 연세”에 이렇게까지 버틴 사람 할무이밖에 없을거야 얼른 또 만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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