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펭귄너굴이❄️

세상의 모든 기억
평균 3.8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공공장소는 언제나 도서관이었다. 반포종합사회복지관과 반포3동 책사랑방에서 각각 세 권씩 빌려서 책부자가 되는 게 그리 행복했다. 복지관의 2층에선 초등학교의 대부분을 지냈는데,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 만화로 보는 세계 유명인물(찰리 채플린과 베이브 루스가 제일 기억난다), 오즈의 마법사 15권짜리 시리즈가 사랑이었다. 책사랑방에서는 무엇보다 고양이 학교와 타라 덩컨에 빠졌다. 고속터미널 영풍문고에선 해리포터 하드커버를 잡고 앉았다. 반원초 도서관에선 땡땡을, 경원중 도서관에선 퇴마록을 좋아해 교보문고 본점에서도 앉아서 수 시간을 보냈고, 현대고 도서관에선 리처드 도킨스를 알게 됐다. 송파도서관에서 수험 생활을 하고 울릉도의 작은 도서관에서 와인을 배우고 수원의 호수 옆 도서관에선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 심지어 파리에선 퐁피두 센터의 도서관이 너무 좋아 친구들을 보내고 이해 못 할 프랑스어를 읽고 있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도서관만큼 광적이진 않지만 유럽 여행 뒤로 꽤 빠져들었다. 고흐 뮤지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파리를 좋아한 대부분의 이유가 오르세와 퐁피두였고, 런던의 hms belfast와 사치 갤러리를 가슴에 아로새겼다. 그가 발단이 되어 안국역 주변의 크고 작은 전시와 거스키나 자그놀리, 하이메 아욘 등의 현대 미술가들 또한 좋아하게 되었다. la moma, 도쿄 moma 등 각국에 있는 전시에 관심을 가지며 빌바오 구겐하임 또한 버킷리스트가 돼 버렸기에, 나는 삶의 의미를 새로이 가질 수 있었다. 왜 이렇게나 그 공간이 사랑스러울까. 나는 원래부터 인간과의 호흡이 버거웠다. 발표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했고 토플에선 스피킹을 못해 만점을 받지 못했으니, 발화를 싫어했을지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장 농밀하고도 직접적인 행위인 대화를 못하던 나는 생각을 돌이켜볼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책은 다시 읽을 수 있고 흐름을 조절할 수 있으니, 얼마나 일방적이고 얼마나 나에게 적합한가. 나는 폭력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