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골드피쉬

골드피쉬

3 years ago

2.0


content

쿼런틴

책 ・ 2022

평균 3.7

중첩상태를 "확률로만 존재하는"이 아닌 "모든것이 공존하는"으로 해석하여 전개해 나가는 서사. 논리적 모순이 너무 많이 생긴다. 마치 확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이 이해한 양자역학이라는 느낌. 파동성과 파동함수의 수축은 인간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꼼수이자 기믹이지, 입자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아예 전적으로 틀렸다. (4차원을 인간이 이해하기위해 3차원 상자를 여러개 쌓는 형식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3차원 상자를 3차원에 쌓아봤자 3차원이다. 직관적 이해가 쉬워질뿐.) 상자에 넣은 고양이는 한마리지 두마리가 아니다. 관측에 대한 몰이해도 만만치 않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내가 보기 전에는 달이 없는 것인가? 라는 1920년대에 할법한 수준의 논의. 아인슈타인의 저 말도 과장 반 농담 반일진대. "관측"에 지적능력이 필요해지고, 관측에 필요한 시간, 빛의 속도는 일단 무시해야 하는 등등. 소설이니 거슬려도 넘어가주자 하기엔 이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도 높아서 힘들다. 어떤 종류의 관측이니, 어떤 수준의 관측이니, 개연성이 낮은 고유상태까지 손을 뻗어 소멸시켜야 한다느니라는 말을 들을때마다 실소가 나온다. 하인라인이 상대성이론으로 쓴 소설을 읽었을때의 그 실소. +어떻게보면 중첩 혹은 관측이라는 단어때문에 수많은 오해가 생기는게 아닐까(그와 더불어 오해에서 비롯된 재미난 이야기들도)는 생각을 이 책 덕분에 해보게 되었다. 블랙홀이라는 단어때문에 구멍을 상상하게 되듯. '모드'라는 서사적 사기장치의 의존도 역시 고질적인 약점. <헤일메리프로젝트>에서 미스릴광석과도 같은 장치. 너무도 편리한 마법들이 난무하는 세계관. 주인공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가지? 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가도 그냥 조직에 충성해라 라는 마법 한방에 풀리는 식이니 장르적 기대감이 점점 사라진다. SF에서 싸펑 장르를 덜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기적 마법의 난무. 싸펑장르는 소재적 주요테크 외에는 기술수준이 현실수준일 필요가 있어보인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오로지 재미를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중첩상태에 따로 제한이 없는 설정 이라면 개연성이 10의 100승 분의 1 밖에 안되는 일이라도 선택하여 수축가능하다. 즉 복잡하게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필요없이 그냥 가장 바라는 최종 시나리오를 단번에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자신이 충성심에서 자유로워지고(작품내내 나오는 충성심 타령 지겨워 죽겠다) 버블을 없애고 전처를 부활시키는 버전을 택해서 수축하면 된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무한은 모든 유한을 품을 수 있기에...주인공이 왜 이렇게 힘들고 돌아가는 길을 굳이 가려 하는지(그래야 서사가 확보되니깐) 작가의 설정 하에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말도 안되는 설정이 무리수였다. 그래도 흥미로웠던건 버블의 존재와 그 정체. 덕분에 초반은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었다. 아크블랙홀이라니!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참신함. <무한한 암살자>에서도 느꼈지만 이건은 양자역학을 녹인 스토리텔링에 욕심이 많지만 결과물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이건아, 단편만 쓰도록 하자. 양자역학이나 평행우주는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