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집이 은행에 넘어갈 뻔했던 중차대한 순간, 마침내 프라이즈 위너가 된 엄마 앞에 모든 가족들이 얼싸안고 기뻐하지만 오직 큰 딸 터프만이 무릎을 끌어안고 소리 내어 운다. 그리고 자신을 달래는 엄마에게 ‘아빠는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 엄마 에벌린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차분하게 동의한다. 이어, 너는 너의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고 불가능한 것은 없으며 행복한 기억을 위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빠를 용서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들이 아빠를 떠올리며 끌어안은 체념과 슬픔이 너무나도 나와 엄마의 그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글쓰기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세상밖으로 날개를 펼치지 못한 엄마, 돈을 마련했어도 오롯이 집주인이 될 수 없는 엄마, 남편의 폭력 앞에 침착하게 이성을 유지하며 나머지 가족들부터 살폈던 엄마를 지켜보고 자란 딸 터프가 서서히 느끼게 됐을 그 무력감은 이미 나도 겪어봤던 것이기에 또한 가슴이 아프다. 그렇기에 터프는 엄마를 회고하며 글을 남겨야만 했을 것이다. 에벌린이 이토록 뛰어난 실력과 수완, 긍정적이고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빛나는 여성이었다고 알려야만 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작가 테리 “터프” 라이언의 자전적 에세이 <The Prize Winner of Defiance, Ohio: How My Mother Raised 10 Kids on 25 Words or Less>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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