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테타

테타

19 day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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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자

영화 ・ 1979

평균 4.1

2026년 02월 12일에 봄

SF의 틀을 하고 있지만 천로역정, 출애굽기의 이야기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구역'으로 이들을 안내하는 스토커는 가나안으로 백성들을 이끄는 모세의 역할과 유사성이 있다. 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제각기의 목적을 가지고 저마다의 '구역'을 찾아 여정에 오르는데, 완주를 위해선 뻣뻣한 죽음의 속성을 내버리고 생명 근원의 연약함을 되찾아야한다. 위의 두 이야기와는 다르게 그들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건 마지막까지 그러한 뻣뻣한 속성의 것들을 버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구역'으로의 여정 밖에선 줄곧 흑백이였던 세상이 연약함과 생명의 상징인 아이를 비출때 처음으로 색이 입혀지는 연출도 그런 의미로 보였다. 멀리있는 신기루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으니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했다. 분명 단번에 소화할순 없었지만 은유와 철학, 각 인물들이 떠들어대는 가치관, 허영을 가만히 곱씹으며 장엄하게 창조된 세계를 탐험하는 일은 무척 흥미로운 과정이다. 길고 지루할 것 같은 예감에 도전하는 심정이었지만 균일하게 흘러가는 호흡에 숨을 맞추다보니 이윽고 편안히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이 영화가 훌륭한 이유 중 하나는 꺼들대며 일률적인 관념을 가르치려드는 끔찍함 대신 저마다 내면에 잠들어 있을 무언가를 톡톡 건드려 질문을 던지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중하지만 짓누르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