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빛나는 순간
평균 3.2
'빛나는 순간'은 최고의 해녀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젊은 PD의 만남에 대한 영화다. 꽤 많은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힘을 가진 이유는 그 중심에 있는 고두심 배우 덕분이다. 고두심 배우는 워낙 유명하지만 주로 안방극장에서 활약이 많았던 분이고, TV를 웬만해서는 잘 안 보는 나에게는 이름만 알고 연기 자체는 생소한 분이었다. 영화에서 나올 때는 보통 클리셰적인 조연을 맡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주연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이 영화로 처음 접했다. 그리고 그 연기력은 충격적인 수준으로 훌륭했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아픔들부터 다양한 감정들까지 고두심 배우는 완벽하게 연기하며, 지난 몇 년간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주연 연기를 펼치신 것 같다. 상대역인 지현우 배우는 그에 비해 연기력이 많이 미숙해보였으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주인공의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고두심 배우가 지현우의 연기력도 같이 끌어올려주는 듯해 보였다. 아마 한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영화 배경은 제주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최근에는 제주도가, 특히 독립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그만큼 제주도는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해주는 곳이기도 하며, 서울로 대표되는 육지와는 대비되는 자연과 휴식과 낭만의 땅으로 많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어떤 면에서는 그런 낭만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주도를 둘러싼 비극적인 역사와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비극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를 두 주인공의 만남으로 표현한다. 다만, 그 안에 있는 감정선이 썩 매끄럽진 않고, 사실 초반부만 해도 상당히 촌스러운 유머 코드와 어색한 인물들의 행동들 때문에 잘 전개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구김살이 많은 영화지만 그래도 이를 상당 부분 펼쳐주는 것이 바로 고두심 배우의 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