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잉투기
평균 3.2
2023년 08월 01일에 봄
'삶의 의지'라는 건, '폭력을 당하는 것'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태식은 시원하게 한 방 얻어맞고, 모두의 비웃음거리가 된다. 모두가 자신을 '연약한 존재'로 본다는 것이, 그리고 초라한 자신을 보며 비웃는 것이 미치도록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 '격투기'를 대입해본다면,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인생의 녹다운'을 당한 것이다. 상처는 벌어지고, 머리는 지끈거리며, 링 위에서 다시 힘차게 일어나 격투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끝까지 투쟁한다. '두려움'이 가득한 삶 안에서도, '핏자국'이 짙어진 링 안에서도, '도전해야 할 것'이 넘쳐나는 간석오거리에서도, 끝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격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 새끼랑은 다르게 어떤, 정정당당한 복수와 용서를 통해서 불쌍한 새끼를 구제해준다. 뭐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우리는 '삶이 날리는 주먹'을 끝까지 볼 필요가 있다. 그것에 겁이 나서 뒷걸음질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으니까. 그 시작이 '젖존슨을 향한 복수'라는 초라한 의도일지언정 '나 자신'으로부터 변해야 한다. 당연히 눈이 찔끔 감길 정도로 두려울 것이다. '아프다는 걸 아니까' 그 주먹을 맞고 나서 겪게 되는 수많은 고통을 이미 경험해봤으니까. 그러나 삶에 있어서, 우리들은 그 주먹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까 어차피 맞아야 한다면, 어차피 피투성이가 되어야 한다면, 주먹 몇 대를 맞더라도 끝까지 눈을 감지 않고 또렷하게 그 주먹만을 바라보는 태식처럼, 이제 더 이상 눈을 감지 않으면 된다. ”그 막 하는 말이 지금, 저한텐 희망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떠한 행동을 하는 의도'가 굉장히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희준과 영자는 태식이 젖존슨을 찾을 수 있게 조력해주는 역할이다가도, 영화가 진행될수록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일'에 더욱 치우치게 된다. 그들이 태식을 도와줬던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희준은 태식을 동정하기도 하고, 미안해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보다 더 중요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며 그것에 몰입한다. 영자도,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결국 '재미있어 보이는 일', '하고 싶은 일'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도 누군가한테 챙김 받고 싶었다고.” [이 영화의 명장면 📽] 1. 편지 무기력한 일상에 찌들어있던 이토록 소극적인 남자가 드디어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 이겨내고 말겠다는 '의지', 꼭 만나겠다는 '염원'. 평소에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생기게 되며 그 생각을 처음으로 엄마에게 전달한다. 처음 보는 아들의 진중함에 와닿았을 그녀였지만 이 영화가 정말 기막힌 구석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라도 이민을 떠날 작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영화 같았으면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따뜻하게 안아줬을지도 모를 텐데. “그래도 내가 이거 하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어떤 생각이 들었거든. 그러니까, 이거 끝나면 뭐라도 한번 해볼게.” 2. 엔딩 이 곳은 간석오거리다. 그가 느꼈던 모든 고통들의 근원지. 태식은 지금 젖존슨보다 그들에게 화가 나있다. 자신을 이토록 초라하게 보이게 만든 갤러리의 사람들에게, 당장이라도 주먹을 한 방 날리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행동을 실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초도 되지 않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나 시원해 하면 안 되는 건데. 태식이 한 사람을 때리면 그 사람도 태식을 때리고, 또 다른 사람도 태식을 밟고, 그 옆에 있던 사람은 추격하고, 마지막 사람은 미치도록 두들겨 팬다. 그가 누군가를 해칠 거란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오히려, 간석오거리의 시민들, 수많은 갤러리의 악플러들에게 '샌드백'을 자처하는 일종의 '봉사활동' 같아 보이기도 했다. “대박, 이것이 진정한 테러. 아이시떼루요.” 삶이라는 것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눈을 감지 않기 위해 더 이상 겁을 내지 않기 위해 영원히 연마해야 하는 격투기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딜 보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