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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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영화 ・ 2023

평균 2.3

2023년 11월 02일에 봄

“지금 만나러 갈게요.” 곤지암 이후 간만에 내 기억을 떠나지 않는 끔찍한 잔상. 이 영화는 숨 쉴 틈 없는 긴박한 스릴러가 아니다. 가장 박진감 넘쳐야 하는 추격이나 액션씬에선 가차없이 슬로우모션이 사용되고 그로 인해 극중 내내 쌓여있던 긴장감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아 계속해서 불편한 느낌을 받는다. 그 불편한 긴장감이 영화 끝날 때까지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것이다. <기담>이나 <곤지암>에서 선보였던 공포 전달 방식과는 사뭇 다른, '장면'과 '잔상'에 초점을 맞추던 정범식은 이번에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선사되는 스릴'을 다뤘는데, 아쉽게도 긴장감은 많이 연약했지만 창의성과 독창성만큼은 역시 정범식답게 돋보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부 '평범한 인물'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진 요즘 시대에 대입하여 아주 시기적절하게 말세 스릴러로 탄생시켰다. 앞으로 이런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드하지 않고 신세대적인,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주입 가능한 장르. 옴니버스 구성이다 보니 한 작품씩 포인트만 짚고 넘어가려 한다. Chapter 1. M 이 에피소드는 저절로 '살인사건이 난 동네에 혼자 사는 여성'에 몰입을 하게 된다. 그런 집에 낯선 남자가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 남자가 연쇄살인범이 아니라는 걸 관객들은 알지만' 그럼에도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 두려웠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그런 두려움을 갖고 살까 봐 조금 씁쓸했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기막히게 반전된다. Chapter 2. 옳은 일을 해라 너무 철저히 클리셰 안에서 벗어나지를 않길래 놀랐던 장면. '이 장면 뒤엔 이렇게 되겠지' 싶은 부분에선 예상과 딱 맞아떨어지고, '설마 여기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고?' 싶은 부분에선 정말 그런 장면이 나와버려서 실망하게 된다.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이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도 까먹었다. Chapter 3. 드레스드 투 킬 너무 '충격적이게 보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있는 그대로 티가 나서 오히려 매력이 떨어졌던 에피소드. 개연성도 너무 형편없어서 스토리가 하나도 와닿지 않았고 그나마 후반에 드러나는 살인범의 정체와 멈추지 않는 칼질이 흥미로웠다. 차라리 19세 걸고 칼질을 할 때 창자가 흘러나왔으면 더 충격이었을 것 같다. Chapter 4. 지금 만나러 갑니다 말 해 뭐 해, 이 작품 최고의 아웃풋이자 영화가 끝나도 계속 그 잔상이 눈앞에서 벗어나질 않아서 무서웠다. 솔직히 아예 몰랐던 것도 아닌데 막상 마주하니 충격 그 자체였다. Chapter 5. 피핑 톰 솔직히 이전까진 이 영화에 군더더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스릴이 느껴지지 않는 게 그 영화가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하다.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스릴러'라는 컨셉이 무색하게, 관객 중 다수는 해본 적 없는 변태적인 행위들과 이내 마주하는 결말까지, 이 에피소드의 모든 건 영화와 붕 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Chapter 6. 개 같은 내 인생 자세한 내용은 밑에서. [이 영화의 명장면 📽] 1. 전화가 끝난 후 순간 이 에피소드만큼은 분홍및 멜로였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운명처럼 열어본 편지지는 그 동안 불신했던 운명에 대해 처음으로 손 밀어주는 따뜻한 손길과도 같았고, '나 같아도 저럴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하며 하트 모양의 꽃 안으로 들어온다.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낭만적이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도 우아하니 어여쁘다. 실제로 나타나면 그의 이상형이 따로없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저 위에서 뭔가 떨어진다. 혹시, 나쁜 마음을 먹고 누군가 던진 벽돌일까? 싶었다. “인연은 우연과 조건이 딱 맞아 떨어지는 거래.“ 2. 분노 하다인의 눈빛엔 세상을 향한 증오가 담겨 있다가도, 그럼에도 이 세상으로부터 살아남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져서 너무나도 좋았다. 가장 비중이 높았던 이 에피소드는 자칫 앞서 나왔던 충격적이고 긴장감 있었던 전개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순전히 연기의 힘으로 영화 끝까지 몰고 간다. 온갖 스트레스와 제대로 승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누군가 살인을 했다는 증거'는 일말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딱 봐도 거짓인 것 같은 말이, 혹시라도 사실이라면?' 그 가능성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는 희망과 다름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말만 빼면 다크한 분위기며, 새벽 퇴근길이며, 홀로 쭈그려 앉아 통조림 까먹는 처량함이며, 엄마에게 답장하는 장면이며 모든 게 다 좋았을 텐데. 저 철공을 휘두르는 살인자는 진짜 이해가 안 된다. "Fuck." 전개와 서사 전달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미흡했지만 기존에 없던 스릴러 장르를 처음 봤다는 것과 당최 사라지지 않는 충격적 잔상을 남겨줬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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