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FIN

작고 작은 나
평균 3.7
아마도 그들의 첫 데이트였을 것이다. 춘허(이양천새)는 야야(주우동)와의 이 만남이 설레고 설레어서 전날 잠도 못 잤을 것이다. 사람이 많은 박물관에서 그들은 함께 줄을 서고 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야야는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춘허에게 말한다. 어느 순간 야야는 위 층에 올라서서 춘허를 보며 밝게 손을 흔든다. 그것은 작별을 고하는 손짓처럼 보였다. 춘허를 그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으로 대했던 야야는 연인으로서의 그와의 관계를 두려워했던 것일까? 이후 야야는 끝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 박물관을 돌아다니는 춘허 사이로 고독함이 흐른다. 손을 내어도 잡을 수 없는 한계.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다. 아마도 그가 썼을 시가 그의 독백으로 텅 빈 공허를 채운다. 시의 내용은 오로지 야야에게 향해있는데 그 시가 결국 그녀에게 전달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기에 마음 아프다. 춘허의 착잡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난 춘허가 그 시를 독백하는(정확히는 보이스오버) 장면을 계속 돌려 보았다. 근래에 본 영화 속 장면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배두나가 장애인 가정 봉사를 다니는 중에 만난 친구가 만든 시를 타자치는 장면이 생각났으며 [오아시스]의 문소리의 표정이 떠올랐다. TF BOYS라는 보이그룹으로 13살에 정식 데뷔했던 그, 이양천새가 연기자로 이제는 완연히 물이 올랐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선보이는데 그 연기의 깊이가 말도 못 하게 깊다. 오히려 문소리보다 더 사실적으로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 몰입감이 상당하다. 아이돌이 잘생긴 얼굴을 찌푸려 가며 부족해 보이는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결정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정말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사람이 되어서 춘허를 연기해 내었다. 그래서 아양천세의 표정과 몸짓이 이 영화의 전체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경외감까지 들 정도의 춘허를 바라봐야 하는 때가 있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에 등장하는 중국 영화는 하나같이 기대 이상인 작품이 많다. 중국에서 이미 개봉한 뒤 흥행에 성공한 작품 위주로 OTT로 풀리는 것도 이유겠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작품성이 상당히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공감을 갈 작품들이 많다. 작년에 공개된 [우리, 태양을 흔들자], [맵고 뜨겁게]부터 시간을 되돌려보면 [먼 훗날 우리], [또 한 번의 여름]까지 누군가에게 인생 영화가 될 수 있을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잘 안 알려져서 모를 수도 있지만 보게 되면 콧물 눈물 쏙 빼게 만드는 영화들을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인데 2025년 상반기에 찾아온 [작고 작은 나]는 또 한 번 기대에 부응하는 띵작이다. 이 작품이 띵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앞서서 언급했듯이 이양천새의 절정에 오른 연기력이 첫번째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 영화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게 만든다. 기 공개되었던 중국 영화처럼 눈물 흘리게 만드는 장면이 적지 않다. 야아와 여자친구가 될 수 없는 현실을 깨닫는 춘허의 모습, 나를 왜 나았냐고 엄마에게 화를 내는 장면, 어르신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도우는 춘허의 장면들이 그렇다. 그리고 결코 타인의 시선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사범대의 합격 통지를 받는 장면을 감독은 길게 포착하는데 그 장면 또한 핸드헬드의 떨림이 그대로 느껴진다. 결국 감동을 주는 작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진정성,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자세(그것이 곧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도)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