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죽박죽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평균 3.6
영화는 문을 통해 도서관의 커다란 로비로 들어선다. 이미 로비에서는 누군가가 강연을 펼치고 있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고 있다. 이 문턱을 넘어서는 과정 속에 망설임이랄까 정신의 산란함같은 것이 없어서 (실제 도서관 이용자는 아마도 이런 과정을 겪지 않을 수 없을텐데) 오, 이렇게 훌쩍 도서관에 들어설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소재의 문제이기도 한데, 도서관은 원래 지식과 언어가 교환되는 장소이기에 어떤 어색함이나 걸림돌 없이 지식이 수평적으로 확장되고 더해질 수 있는, 모순보다는 조화/개선이 가능한 세계로 묘사되었던 것 같기도 했다. 마치 바흐의 골드베르크연주곡처럼 질서정연한. 수많은 사람들의 말 : 연설, 강연, 미팅, 상담, 설명, 서비스, ... <시티홀>과 <공공주택>에서도 느껴지는 점인데, 와이즈만은 음악이나 음향, 사운드트랙을 따로 삽입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기록된 음악을 활용해서 영화 중간중간 휴지점을 만들고, 영화의 리듬을 조직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4시간씩 봐도 엄청나게 피로하지는 않은 것 같다. (....) 관찰자와 대상, 그리고 기록의 기구들이 서로를 상호결정하고 있는 영역에서 영화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엘비스 코스텔로, 패티 스미스, 숌버그센터 연설, 델리 카트슨 연구자, 도킨스, 예이츠와 엘런 긴즈버그 등등... 이야기들이 있고 또한 이야기의 선택이 있다. 그 선택은 선택된 이야기들을 통해 명확하게 제시된다. 아마도 영화는 페티스미스의 말처럼, “자서전이 아닌 사실들을 재료로 한 얘기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를 회고하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기억처럼... 개인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교차하는 곳에서 그런 사실이면서 이야기인 것들을 재구성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발화자에게 귀 기울일 때 알게 되는 그의 제스쳐, 말버릇, 표정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접근성 문제 : 수화, 점자교육, 오디오북 녹음, 디지털 문해력, 무료 와이파이 대여 등등. 시니어/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 각종 계급, 인종, 신체적 차이들에 의한 지식접근의 불평등을 해결하고 제도가 도달가능한 범위를 계속 확장해가는 것. 92개가 넘는 분관. 지식 인프라. 기회의 평등과 지식. 아카이빙 문제: ebook과 실물책의 실제 수요와 공공기관으로서의 도서관의 책임 사이에서... 누구의 콜렉션을 살것인가. 정해진 예산으로 (민간+공공자본) 어디에 비중을 둔 투자를 할 것인가. ‘옳은 일’과 대중의 수요 사이를 조율하는 과정들이 흥미롭다. 도서관이라는 장소의 역동성. 각종 기념행사, 출판행사들, 1년단위의 주기로 매겨지는 기념일들. 기억과 재기억행위 속에서 역사를 다시 생각하는 것. 근현대사, 전쟁, 반유대주의, 노예제, 대처리즘 등등... 기관의 구조와 계획이 있고 -- 행정적 절차들이 있고 -- 실제 이용자들의 경험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말짱한 정신으로 바르게 산다면 세상은 건강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