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예
10 years ago

비몽
평균 2.8
김기덕 감독 영화는 내게 있어 으레 '보고싶은' 작품이지만 늘 '보기힘든' 작품이다. 단순하게는 볼까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스크린에서 내려가버리기 때문이고 솔직하게는, 예술영화 혹은 김기덕이라는 네임벨류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다. - 첫타석으로 <비몽>을 고른 것이 잘한 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평소보다 대중성을 가진 작품이라기에 가볍게 선택했던 거라, 우중충한 분위기를 감지도 못하고 마냥 오다기리를 귀여워했다. 졸려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몸짓과 눈을 까뒤집는 모습에 웃기까지 했다. 그러다 갈수록 처절해지는 몸부림에, 잔인해지는 자해장면에, 그 보다 더 높은 강도의 자해를 '상상하게' 만드는 연출에, 다 소화된 줄 알았던 저녁밥이 되새김질 되더라. - 기분이 나빠졌다. 영화를 100%이해하지도 않은 채, "그러니까 다 '꿈'이라는 거잖아." 대충 끼워맞추곤 넘사벽의 철학책을 덮듯이 이 영화를 치워버렸다. <비몽>찍다 비명으로 갈 뻔 했다는 나영언니의 열연을 생각하면 좀 더 좋게 봐주곤 싶지만, 나의 이해는 그리 넓고 깊지 않다. 그래, 차라리 소설이였다면 굉장한 문학이였을 것도 같다. 그리고 한참 뒤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우연히 접하고나서 나는 김기덕 감독이 한국에 두 명 있는 줄 알았다. ...... (뭘 먼저 봤어야 배신감이 덜 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