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원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평균 3.5
어머니 폰을 만져주다 우연히 여동생이 어머니에게 일방적으로 보낸 톡들을 봤다. 뭐 먹고 싶은건 없어. 놀러 갈까. 뭐해 엄마.가 가득했다. 결혼하더니 철이 들었나보다라고 좋은듯 귀찮은듯 하셨지만 난, 이 녀석도 나처럼 무서워하고 있는 건 아니어야할텐데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나이가 들어도 상실은 두렵다. 아니 점점 두려워진다. 수 차례 겪어 봤음에도, 당연하게 다가올 일임에도, 정작 내게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무섭다. 가족이라는 얇은 포장지 하나가 주는 포근함 때문이 아니라, 그 포장지의 생채기들을 같이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된다는 사실 때문에 무섭다. 읽었다는 사실이 행운 같았던 책이다. 자연에게는 피식도 포식도, 죽음도, 상실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인간은, 아니 나는 왜 이리도 두려워하나 아래 긴 발췌 비통함, 그것은 고통이라는 천으로 거칠게 짜인 이너셔츠가 아니다. 그건 너, 너라는 존재, 너라는 형체에서 서로에게 매달려 있는 세포들, 세상에서 너의 일을 하는 근육들이다. 그리고 그것도 너의 다른 피부처럼, 너의 다른 눈처럼, 너의 다른 근육처럼 시간 맞춰 변할 것이다. 시간은 너를 요구한다. 너의 배가 물렁해지고, 머리카락이 희끗해지고, 손등의 피부는 할머니의 그것처럼 느슨해진다. 너의 비통함의 피부도 느슨해지고, 물렁해지고, 너의 날카로운 부분을 용서하고, 너의 딱딱한 뼈를 가릴 것이다. 너는 새로운 형태로 깨어날 것이다. 예전의 너로 깨어날 것이다. 내 말은, 시간이 예전의 너에게 새로운 형태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내 말은, 너는 나이가 들었고, 비통할 일이 없고, 새로워졌고, 쇠락했다는 뜻이다. 너는 둘 다이다. 항상 둘 다일 것이다.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다.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다, 봄 속으로 걸어 나가라, 그리고 보아라. 새들이 합창으로 너를 반긴다. 꽃들이 얼굴을 돌려 너를 바라본다. 그늘 속에서는 여전히 축축한 작년의 마지막 나뭇잎들이 고약한 냄새 그리고 희미한 가을의 냄새를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