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악착같이 싸우는 안시성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 지켜내야 하는 가족들, 사소한 것에 웃을 수 있던 평범한 하루, 또 헛되게 보낼 수 없었던 소중한 사람들의 소중한 희생. 그 모든 것들이 마지막 양만춘의 화살촉에 담겨져 있다. 절대 휠 수 없었던 그 활이 묵직하리만큼 두터운 소리를 내며 화살을 날리기 시작할 때, 안시성은 유난히 더욱 높아 보인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사물'(남주혁)이라는 인물의 입장에 서있다. 20만 대군이 몰려오는 순간에 전의를 상실하고, "이건 미친 짓이야."를 내뱉는 건 사물이나 관객들이나 똑같았다. 사물은 첫 번째 전투에서도 칼을 들지 않고 멀뚱히 서서 지켜보기만 한다. 또, 전투에서 이겼을 때면 "어떻게 이걸 이길 수 있는 거지"를 마음 속으로 외치를 찰나, 사물이 "어떻게,,,"라는 말을 한다. 사물은 우리들을 대변한다. 다시 평양성으로 향하는 그가 다시 안시성을 뒤돌아보던 것처럼, 영화관을 나서는 나도 똑같았다. 왠지 그들이 어디선가 묵묵하게 안시성을 지키고 있을 것 같은 현실감. 이런 느낌은 오랜만에 받는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 이 영화의 명장면 1. 첫 번째 전투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도의 스케일의 전투 씬을 볼 수 있다니 그 점에서는 우선 감격스럽다. 부족한 부분도 없어보인다. 웅장한 음악과 든든한 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져, 엄청난 상승 효과가 일어난다.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액션도 대거 등장한다. 화려함을 넘나드는 안시성만의 액션은 뚜렷하고도 속도감이 탁월했다. 2. 사물의 변화 위에서도 말했듯이 사물은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전의가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양만춘의 진심을 알아주고, 결국 두 번째 전투에서 칼을 들고 직접 전투에 가담하게 된다. 양만춘의 목숨을 가까스레 구해주는 사람 역시 사물이었다. 남주혁이 이렇게 연기를 섬세하게 해내는 배우인지 처음 알았고, 항상 불안했던 조인성의 연기 또한 영화가 절정에 치닫을수록 훌륭했다. 그의 눈빛이 뿜는 장엄함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양만춘(조인성)은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에다,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적군에겐 다시는 덤비지 못할 두려움의 대상이며, 평양성 사람들에겐 아군을 돕지 않은 반역자였다. 그는 겁이 많지만 쉽사리 그 겁을 드러내지 않는 안시성의 성주고, 동료의 아픔을 슬퍼할 줄도 안다. 영화가 끝나고 양만춘이라는 자가 이토록 위대해 보이는 건 다 이 때문이다.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는데 영화에선 늦봄의 향기가 풀풀 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걸고무척이나 간절하게 칼을 들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좋은 영화다. 너무 재밌다. 다들 꼭 보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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