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권영민

권영민

6 days ag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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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몬터레이

영화 ・ 1972

평균 3.3

2026년 02월 25일에 봄

군에 복무하던 시절에 야간 상황병 근무를 들어가면 솔직히 정말 할 일이 없었다. 일지도 기본적으로 쓰는 것 외에 쓸 게 없고, CCTV를 봐도 지나가는 것은 시간마다 교대하는 초소 근무자들이 지나가는 잠시와 극히 드물게 출입하는 간부들의 차량 정도. 그나마 짬이 덜 찼을 땐 선임병들 눈치라도 보지, 그마저 필요없어지는 위치가 되면 긴장감도 사그라든다. 함께 근무하는 당직사령과 당직부관이 별로 엄격하지 않은 간부라면 적당히 교환병과 노가리를 까거나 슬쩍 책 한 권을 가져와 눈치껏 읽기도 한다. 그러나 운 나쁘게도(?) CCTV 모니터링 근무를 서는 날에 극악의 FM 간부와 함께 서면 근무 내내 CCTV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개미 한 마리까지 빠짐없이 CCTV 일지에 작성해놔야 한다. 그럴 때 화면을 하염없이 보고 있으면 정말 최면에 빠진 것처럼 잠이 오고, '소리도 나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그대로인 이 화면을 내가 왜 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MBTI F의 힘을 발휘하여 온갖 상상을 쥐어짜내 시간을 때워보려 한다. 내가 도대체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냐고? 솔직히 영화에 대해 별로 할 얘기가 없다. 나는 감독이 어떤 이유와 생각으로 이런 것들을 찍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그럴 듯한 분석이나 있어보이는 말들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재주도 없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난 이게 무슨 영화인지 잘 모르겠다. 영화가 태동하던 20세기 후반-21세기 초의 영화도 아니고 1972년의 영화가 말이다. 전문가나 영잘알의 눈엔 이런 것이 다르게 보이는 건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하는 것은 물론 각자의 영역이라 존중하지만, 솔직한 말로는 이 장면들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지고 '정말 무언가를 발견한 것인가?' 당혹스러울 뿐이다. 꼭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일상의 사소하고 흔해빠진 것들에서 매번 많은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관찰력의 소유자들이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하찮은 생각의 꼬리를 매듭짓기 위해, 논점을 흐리는 느낌의 말같지 않은 가정이란 것을 나도 알지만 그럼에도 덧붙이자면- 정말 이 영화에 ... 거장의 이름이 지워지고 내 이름이 들어가도 똑같은 감상을 하게 될런지 궁금하다. 어쨌든 그저 보여지는 느낌대로만(왜냐면, 소리조차 없다.) 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를 보는 65분간 정말 그런 뚱딴지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허나 어쩌면 평소라면 떠올릴 일도 없었을 추억을 떠오르게 한 것만으로 이 영화가 내게 가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