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방자전
평균 3.0
2020년 08월 28일에 봄
설득력이 없어서 몰입이 힘들고 몰입이 힘들어서 재미있게 볼 수가 없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죄다 흐릿하여 일일이 공감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거기에다 강렬한 배드씬 때문에 영화가 끝나면 다른 건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배드씬 잔상만 남는다. 자극적인 정사 장면과 송새벽만 기억나는 영화. 드러내고 싶은 게 이것들이었다면 대성공이다. 마영감이 떠들어대는 음담패설들이 제일 흥미롭다. 얼핏 들으면 가볍지만 자세히 음미하다 보면 오달수가 섬세하고 찰지게 그 이야기를 잘 풀어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판봉 선생님은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제일 신격화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 건, 다 오달수 덕분이다. 중간중간 그의 윤활유 덕에 방자전과 상극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직접 빠셨다." [이 영화의 명장면 🎥] 1. 춘향과 방자 방자도 멋진 놈은 아니다. 마영감 말을 철썩같이 믿고 무턱대고 춘향의 방에 침입한다. 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무력으로 상대방을 만지고, 입을 맞추고, 벗기는 행위는 순수하게 그녀를 좋아한다는 방자일지라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물론 몽룡과 방자 둘에게 어장관리를 하며 욕심을 부리는 춘향도 정상은 아니다. 정말이지 정이 가는 인물이 한 명도 없는데 배드씬 자체는 아름답고 야하게 묘사되어 좋긴 했다. 2. 변학도 사또 변태 사이코 또라이 줄여서 변사또. 찌질하게 말하면서 온갖 나쁜 짓은 다 하는 캐릭터. 처음 나왔을 땐 많은 관객들의 호감을 사 악역인데도 불구하고 큰 사랑을 받았었다. 윤리의식이 없고 성질이 더러워도 이해가 가는 악역이 있는데, 변학도는 아니다. 공부만 해서 사회와 어울리지를 못하여 적응 자체를 못하는 싸이코패스처럼 보였고, 아무리 송새벽의 매력적인 연기가 커버한다 한들 나한텐 역겨운 인물이었다. 기고만장한 양반들보다 자신의 위치를 믿고 아랫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버릇처럼 일삼는 변학도가 더 나쁘다. 어렸을 땐 단순히 야한 영화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까 서사도 꽤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그러나 뚜렷한 캐릭터가 없어서 맛있는 요리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 같다. 맛있는데 부대낀달까?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