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전우재

전우재

4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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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영화 ・ 2017

평균 3.5

2022년 01월 23일에 봄

파격적이고 저항적인 성격의 하드코어 인디밴드 '밤섬해적단'의 활동을 담은 다큐. 홍대, 명동, 강정, 서울대 등 2010년대 초반 저항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진 곳을 무대 삼아 이들은 블랙코미디 정서가 다분한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내뱉는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것에 도전하고자 북한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데, 그러다 동료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장난 같지 않은 사태가 벌어진다.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대체 왜 이런 활동을 펼치는 걸까. 영화는 별다른 개입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다만, 밤섬해적단의 음악만큼이나 독특하고 전위적인 영상은 인상적이다. 이걸 생활관에서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묘하더라. ​밤섬해적단은 일전에 트위터나 나무위키 등지에서 접한 적 있어서 이름은 아는데, 얼굴이나 노래는 영화를 통해 처음 보고 들었다. 이것 참 뭐라 표현하기 힘든 기괴함이 느껴지는. 불과 10여 년 전인데, 지금 와서 보면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여간 날 것 그대로 담는 듯한 영화의 '오리지널리티'가 맘에 든다. 질문하지 않고,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밤섬해적단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항정신 투철한 좌파 밴드? 아쉬울 것 없는 중산층 출신임에도 약자인 척하는 기믹 밴드? 어떻게 생각하든, 법정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구구절절 설명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정체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밤섬해적단이 그렇게 되도록 만든 시대를 비판적으로 곱씹게 한다. "이젠 지나간 시대"라 자신할 수 없는 현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