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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어진

설어진

4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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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퍼센트 인간

책 ・ 2016

평균 4.1

어리석은 나는 책 <코스모스>를 읽고서야 내가 별의 한 조각이자 재활용된 우주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다. 책 <오리진>을 읽고서야 내가 우주의 시간 단위동안 천천히 층지어진 지각의 역사 위를 천천히 네발로 기어다니는 육지동물임을 알았다. 책 <10퍼센트 인간>을 읽고 나서야…생명현상의 기적을 느꼈다. 그리고 이 모든 생명들이 엮여 상호작용하는 혼돈의 크기를. 내가 지나온 모든 가능성과, 내가 가늠하지 못하는 무수한 분기점을. 키보드를 치는 내 손가락이, 한참부터 나를 괴롭히는 날파리가, 너머에서 침을 튀기며 대화하는 사람들이, 창밖 너머로 너울치는 나무들이 서로에게 간섭하는 아름다운 카오스를. 한 나무 껍질에 붙어 있는 매미의 허물이 어떻게 온 우주가 되는지를. 지적인 생명체로 태어나 드넓은 우주의 아주 작은 비밀을 하나씩 꺼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아주 공감한 문장을 옮긴다. 난 더이상 옛날처럼 먹지 않는다. 451p. 나는 미생물총, 정확히 말하면 내 미생물총의 존재에 대해서 알기 전에는 내 입으로 무엇이 들어가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은 먹는 대로 간다"는 말이 와 닿지도 않았고, 음식이 건강과 웰빙을 좌우한다는 발상에도 회의적이었다. (...) 하지만 나는 이제 음식을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 인간 세포가 추출하는 영양소에 관해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미생물 세포가 얻어내는 영양소까지 고려하게 됐다. 오늘 저녁에 스파게티를 먹는다면 어떤 박테리아가 좋아할까? 스파게티로 박테리아는 무엇을 만들어낼까? 혀가 즐거운 음식을 먹느라고 뱃속에서 기다리는 미생물 먹이를 잊은 건 아니겠지? 그리고 든 생각. 생명과학 시대의 철학은 그 어떤 철학의 역사와도 같지 않을 것이다. 생명에 대한 책을 읽지 않는 21세기 철학자는 20세기까지의 종이 더께 너머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