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정
2 months ago

유머니즘
평균 3.4
웃음은 의미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비의미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웃음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의 건너감에서 나온다. 의미가 흔들리면 유머가 있다.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 그러니까 의미가 있음에서 없음으로 건너가면서, 마치 공중에 매달린 듯이 흔들거릴 때에 유머가 있다. 유머는 의미의 진동, 의미의 망설임 또는 의미의 폭발이다. 간단히 말해서, 유머는 하나의 과정이며 진행이다. 그러나 유머는 진지한 의미에서 기원에 가까이 가 있는 동시에 부조리한 비의미라는 자연스러운 배출구에 가까이 다가간, 그렇게 해서 무한 변조를 드러나게 하는 힘이다. 아무튼 유머는, 내가 보기에는, 의미와 비의미 사이의 갑작스러운 진동,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진동 사이에 있다. 의미가 너무 가득하면 유머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아이러니에 가깝다. 의미가 너무 빈약해도 유머가 아니다. 그것은 어처구니없게 들릴 수 있다. 여기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은 필요하다. 유머는 모든 진지한 것 속에서 경박함을, 모든 경박한 것 속에서 진지함을 끌어내는 불안정하고 모호한 중간의 어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