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Hongik Kim

Hongik Kim

2 years ago

3.0


content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책 ・ 2023

평균 3.7

#결심이필요한순간들 어쩌다보니까 장바구니에 담아놨더라. 읽을 만한 것이 없는지 뒤적거리다가 읽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원래 결혼이나 출산 같은 어떤 인륜지대사..에 좀 더 최적화된 책인거 같긴 하지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든 뭐 사소한 무엇이든 아무튼 어떤 인생의 '의사결정'에 해당하는 거라면 어디에나 통용된다. 뭐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층 더 와닿을 것이다. 이 책은 비가역적인 선택에 대한 고민에 대해 '최선의 의사결정'이라는 개념이 애초에 허상이라고 말한다. '뱀파이어의 문제'가 그것이다. 뱀파이어가 된다면? 이라는 의제에 답할때, 뱀파이어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그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에게 좋은가? 에서 뱀파이어가 되기 전의 나인지, 뱀파이어가 된 후의 나인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또 재미있는건, 그 의사결정을 하려는 노력 자체가 내가 누구인지를 밝혀줄거라는 점이다. 동전 던지기로 무언가를 결정한다고 쳤을때, 동전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마음 속으로 앞뒷면 중 하나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내가 무언가의 항목을 정해 대안을 비교하는 순간, 내 무의식은 어딘가로 쏠려있을 것이니 그걸 잘 살피라는 것. 의사결정은 합리가 아니니. (사실 이 책은 그만둬라 쪽이 아니라 그냥 뭐든 해봐라 쪽에 가까운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요새 가을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얼마 전 읽었던 <큇>과 상통한다고 느꼈다. 대신 <큇>이 좀 더 냉정하게 어떤 합리로 이야기하는 책이라면,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좀 더 선언적이고 감성적이다. 비가역적인 무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추천할 만하다. ======== ‘완벽함’의 반대는 ‘엉성함’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의 완벽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삶을 아름답게 해 준다. 실행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으로 결정했음에도 바라지 않던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그저 선택일 뿐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저 문장에서 ‘적어도 고려는 해 봐야’를 마치 ‘대체할 수 있다면 대체해야’ 할 것처럼 잘못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늘 공식을 찾는다. 불확실성을 제거해 줄 계산법을 찾는다. 공식은 단순하다. 이는 공식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공식에 포함된 버그(오류)이기도 하다. 삶은 단순하지 않다. ‘뱀파이어가 되기로 하는 선택’을 이야기한다.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는 그게 어떤 것일지 제대로 상상할 수 없다. 우리가 경험해 본 세상에는 피를 마셔야만 목숨을 부지하고 햇빛이 비칠 땐 관에 누워 잠을 자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음침하게 들리는가? 그렇지만 당신이 만나 본 뱀파이어들은 대부분 아마도 전원이 뱀파이어로서의 경험을 아주 대단한 것처럼 말한다. 뱀파이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행복도가 아주 높은 것으로 나온다. 무엇이 나에게 최선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나’는 다음 중 어느 쪽인가? ‘지금의 나’인가, ‘나중의 나’인가? 다이어코니스는 의사 결정을 연구하는 학자가 말했다고 믿기에는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는 우리가 실제로 비용 - 혜택 목록을 꼭 만들어 봐야 하지만, 그것이 비용이나 혜택을 합리적으로 평가해 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내가 정말로 추구하는 것’이 뭔지 알아내기 위해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내 마음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알아보라는 것이다. 하인은 딜레마에 봉착했을 때 결심이 서지 않으면 동전을 던지라고 말한다. 동전의 결과를 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바라는 게 뭔지”(그의 표현이다) 알아내기 위해서다. 일단 동전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내가 지금 어느 쪽의 결과를 바라고 있는지 느낌이 올 것이다. 다시 말해 ‘당신의 충동적인 반응을 따라라’. 이 말은 어쩌면 당신의 마음 혹은 직감을 따르라는 뜻일 수는 있지만, 결코 당신의 ‘생각’을 따르라는 말은 아니다. 우와!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사람이 뭐 이런 조언을 할 수가 있지? 제 생각에는 체크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볼 만한 게, 그런 목록이 감정 반응을 자극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알려 주니까요. 동전 던지기처럼 말이에요.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쏠려 있지 않다고 생각했겠지만, 동전이 나온 걸 보고 실망스럽다면 ‘아, 실은 내가 원하는 쪽이 있었구나’를 알게 되죠.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은 그저 미래의 비용과 혜택만 줄줄이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이 선택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하며, 결과가 좋을 때는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힘들게 내 선택을 직시하는 것도 삶의 일부다. 답이 없는 문제의 경우에는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이가 들면 내가 참고 견뎠던 고통, 특히 가슴을 찢어 놓았던 고통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아픔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더 풍요롭고 충만하게 바꾸어 놓는다. 나이가 들면, 그냥 달기만 한 초콜릿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더 좋아하게 된다. 의사 결정을 내릴 때는 많은 사람이 공리주의적 효과보다는 인간적 성장을 우선시한다. 이들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인생의 목표 또는 의미를 어디에 둘 것인가, 무엇이 옳은 일이며 미덕인가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그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 쾌락보다 고통을 더 많이 겪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이들 측면을 중시하기로 선택했다. 여기서 인상적인 부분은 이 전략으로 페넬로페가 최고의 남편감을 얻을 확률이 놀랄 만큼 높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나 높을까? 페넬로페가 이 전략을 따른다면 최고의 남편을 얻을 확률이 37퍼센트다. 나쁘지 않다. 면접을 보는 구혼자의 비율도 37퍼센트이고, 이 규칙을 따를 때 최고의 짝을 찾아낼 확률도 37퍼센트인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 구혼자의 수를 ‘e’, 즉 오일러의 수로 나눈다. 오일러의 수를 표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다음의 무한급수도 그중 하나다. 최선이라는 말은 스칼라(1차원적인 척도)라는 뜻이다. 내가 숫자 하나로 두 선택지를 비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너먼이 제안한 것처럼 채용 후보를 고를 때라면 그렇게 스칼라를 사용하는 것도 최악의 방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은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 평생의 동반자는 성격, 미덕, 악덕, 장점, 단점, 별의별 것을 다 고려해야 하는 극한의 복합적 지표다. 한 명의 인간이다. 그리고 이 복합적 지표를 경험하는 방식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바뀐다. 왜냐하면 이상적인 경우, 배우자와 함께 당신도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결혼에서 당신이 중시하는 목표는 절대로 하나일 수가 없다. 나는 그보다 더한 주장을 하려고 한다. 나는 여러분에게 타협하라고 권장하는 게 아니라, 타협‘해야만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최선의 배우자ㆍ커리어ㆍ도시란 존재하지 않는다. 찾기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게 의미 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이 타협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이제는 결정을 내릴 때가 됐고 더 나은 선택지는 도저히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는 뜻이다. 이는 타협이 아니라 ‘결정’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세상의 그 어떤 가이드북도,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 해도 누구와 함께 여행하라고 알려 줄 수는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라. 마음을 터놓을 수 있고, 말없이도 함께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마음씨가 착한 사람. 뭐가 중요한지(가치관과 원칙) 같은 관점을 지닌 사람. 죽이 잘 맞는 사람. 내가 존중하고 나를 존중하는 사람을 찾으라. 이만하면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환상적인 커플이다. 최고의 짝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다. 옆에서 함께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 이 긴 여정을 공유할 사람이면 된다. 늘 속으로 ‘그게 나한테 뭐가 좋아? 나한테 어떤 혜택이 있어? 비용보다 혜택이 더 커?’라고 묻고 있다면 내가 타인들과 어떤 식으로 대화하는지, 내 행동이 혹시 상대가 나에게 바라는 바를 감안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눈치채기가 어렵다. 뱀파이어가 되어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망토를 벗어 던지고 햇빛을 즐기라. 손실을 최소화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라.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그 일을 계속하고 있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살아 있으라. 변화하라. 벨리칙처럼 하라. 답이 없는 문제로 그처럼 괴로워하는 것은 후회라는 망령의 탓이 크다. 누군가와 결혼하지 않기로 했는데 나중에 그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다. 정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누군가와 결혼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할 수도 있다. 로스쿨에 갔는데 싫을 수도 있다. 의사 결정의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을 내리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정보를 수집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우리는 되뇐다. 더 많은 정보가 있어도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 이는 그냥 결정을 내리기 싫어서 꾸물대는 것에 불과하다. https://ridibooks.com/books/754039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