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

빅 픽처
평균 3.5
이 책은 크레마 클럽 2024년 12월 기준 '소설' 장르 월별 베스트 셀러여서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복선들과 장치들 덕분에 오랜만에 읽은 소설의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것은 마치 한 권의 책이라기 보다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머릿 속을 생생하고 다채롭게 채워주는 생생하고 상세한 묘사들과 중간에 멈출 수 없도록 빠른 호흡의 전개들로 도파민이 샘솟았다. 이 책의 주요 장치 중 하나인 '사진/카메라'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야만 가치가 올라가는 주인공의 인생을 상징한다. 또한, 주인공의 직업이 왜 변호사여야 했는지, 조력자는 왜 틀니를 착용했는지 등 하나의 자연스러운 큰 그림을 위해 작가가 심어 놓은 다양한 장치들의 의미를 짚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이 책은 현실적인 것들과 타협하며 진짜 살고 싶은 삶의 이미지를 마음 속 꿈으로만 간직한 채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 하다. 주인공은 거듭하여 의도치 않게 살인을 저지름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새로운 이름과 신분을 갖고, 새로운 직업, 새로운 사랑,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나는 이러한 점에서 '언젠가는 나만의 일을 하게 될거야', '은퇴 후에는 진짜 재밌는 일만 할거야' 등 일종의 자기 주문과 가까운 마취제를 끊임없이 내게 놓는 것으로는 진짜 그러한 삶을 쟁취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것은 마치 '살인'처럼 과거의 타협하던 나를 죽임으로써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어제의 삶을 이제는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 됐다"는 주인공의 후회처럼, 사실 껍데기라고 생각했던 지금 이 생이 어쩌면 돌이키고 싶었던 유일한 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 너무 자책할 필요도, 아쉬워 할 이유도 없다. 현재의 나를 용서하고, 예뻐해 주고, 그럼에도 오늘 단 하나라도 내게 솔직할 수 있는 선택을 내려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