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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동구리

5 month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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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종이, 물...

영화 ・ 2025

전작 <비엣과 남>에서 베트남 퀴어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츠엉민퀴와 벨기에 출 감독 니콜라 그로가 공동연출한 시적인 민속지 다큐멘터리. 영화는 '룩어'라는 소수어를 사용하는, 60여 년 전 베트남 시골의 한 동굴에서 태어난 노년 여성이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호치민에 도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수민족의 시선으로 바라본 호치민은 모든 게 과잉인 공간이고, 이는 그가 사용하는 언어인 '룩어'나 그가 살아온 삶과도 다르다. 영화는 노년의 주인공과 그의 손주들을 교차해가며 담아냄으로써, 베트남에서 소수적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적 풍경이 자연과, 소수어와, 기록과 엮이는 순간들을 포착해내고자 한다. 도입부에 등장한 호치민과 그들이 살아가는 시골 사이의 차이는 단지 도시와 시골, 문명과 비문명 같은 이분법으로 대비되는 것이 아니다. 사라져가는 것에 맹몽적인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닐테다. 다만 두 감독은 영화에 담긴 인물들의 삶, 그들의 삶에서 길어낼 수 있는 시어들을 하나씩 풀어놓음으로써 사라져가고 시들어가는 대상의 존재이유를 설득해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