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혁
8 years ago

홀
평균 3.5
2018년 04월 27일에 봄
몸이 불구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기에게 장모가 저지르는 행동이 굉장히 끔찍해보인다. 장모가 음산한 모습으로 오기에게, '자네에게는 이제 나밖에 없다'며 말하는 모습이 스릴러같다. . 놀라운 것은 오기가 아내에게 그대로 했다는 것이다. 아내의 몸에 해코지를 하지 않았을 뿐, 아내는 이제 오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오기는 (분명 아니라고 손사래 치겠지만) 교묘하게 아내를 무기력한 존재로, 성취감이라고는 없고 무능력하고 자주 쉽게 싫증을 내는, 그런 인간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도록,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다. 장모의 통렬한 복수가 페이지를 넘길수록 공포에서 슬픔으로 바뀐다. . 상대방을 반불구로 만든다는 것은 물리적인 의미에서 뿐만이 아니다. 정신적, 사회적으로 상대방을 나에게 귀속시키고 종속시키는 그런 관계가 그동안 너무나 익숙하게 만연했을 뿐이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도 하지 않고 쓸모없는 화단만 가꾸고 남편이 직장에서는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닐까, 하며 도량도 좁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는, 그야말로 집 안에서만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을 만든 인간, 나름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며 아내의 고립을 부추기는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구축한 인간, 과거의 남편과 아버지였다. . 독자는 속을지도 모른다. 죽어라고 자기변호를 하는 소설 내내 오기의 목소리에서 설득당할지도 모른다. 그걸 깨닫는 순간의 독자를, 작가는 상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