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엘 마르'는 근육 장애로 평생 병상에 누우며 기본적인 생활은 커녕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들과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수상 가옥에서 단 둘이 사는 그들은, 오로지 서로에 의지하며, 전기도 툭하면 끊기고 경제적으로도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을 같이 극복하며 정겹게 살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넓고 자유로워 보이는 바다 위에서 주인공 알베르토가 벗어나지 못하는 좁은 수상 가옥과 그의 유일한 바깥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통로인 자그마한 거울의 대조적인 성질에서 장애인인 알베르토가 꿈꾸는 자유로운 삶과 그를 구속하는 답답한 현실을 우리는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그리는 수상 가옥은 꼭 불행한 공간은 아니다. 로사와 알베르토의 애틋한 모자 관계를 따뜻하게 그리며, 아들을 지키고 싶은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과 그런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들의 화목한 나날들도 강조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이런 일상도 결국 알베르토에겐 감옥 속의 행복이었음이 명백해지며, 잔잔하지만 무거운 드라마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알베르토와 로사 역을 맡은 마놀로 크루즈와 비키 에르난데스가 이 영화의 일등공신들이다. 마놀로 크루즈는 육체적 연기를 완벽히 선보이고 그 와중에 감정 표현도 충분히 하며 알베르토라는 캐릭터가 겪는 고통과 행복의 순간들을 관객에게 잘 전달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키 에르난데스의 연기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그녀의 모성애, 보호 본능과 아들을 매순간 걱정하는 마음이 확 와닿으며, 이 영화의 극적 순간들을 완벽히 주도했다. 반면에,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인 지젤 역의 비비아나 세르나의 연기는 너무 딱딱했다. 나름 비중있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연기해본 적 없는 사람이 애써 연기해보는 듯한 어색함이 정말 아쉬웠다. 영상미도 지젤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녀가 단독으로 있는 씬들 상당수는 싸구려 케이블 TV 광고 느낌의 납작한 이미지들이 있는 반면, 알베르토와 로사의 수상 가옥은 언제나 바닷 냄새가 풍기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거기에 아름다운 풍경숏들도 몇 개 삽입하며 시각적 만족감을 충분히 선사했다. 음악은 조금 과한 느낌도 없잖아 있어서 조금 잔잔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엘 마르'는 서서히 감동을 빌드업하는 느린 드라마다. 지젤의 발연기만 인내한다면, 알베르토와 로사의 아름다운 비극에 몰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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