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 참혹한 엔딩의 이유 최종화(6화 '방관자들')의 마지막 장면을 확인하고 난 후, 우리나라에 있는 군인 사형수들의 존재가 궁금해졌다. 현재 국군교도소에 수감된 네 명의 사형수는 모두 총기난사범이다. 이들은 각각 1996년, 2005년, 2011년, 그리고 2014년에 범행을 일으켜 적게는 3명, 많게는 8명의 군인을 살해했다. 앞선 세 사람은 부대 안에서, 가장 최근의 한 사람은 탈영해 일을 벌였다는 차이가 있다. 군인 범죄자들이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군인 신분을 상실하며 민간교도소로 옮겨지는 것과는 달리, 사형을 선고받으면 '형이 집행되기까지' 군교도소에 머물러야 한다. 이들에겐 교수형(형법 제66조)이 아닌 총살형(군형법 제3조)이 집행되어야 하고, 총살을 위한 시설을 갖춘 장소로는 군교도소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태어나, '군인'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끝에 가 '군인'으로 죽게 될 사람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바로 이 '군 사형수'가 탄생했던 몇 년 전 그해, '군대 가서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 된다'는 끔찍한 말이 농담이자 삶의 지혜가 되어버렸던 계절, 2014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D.P.>는 누리끼리한 노스탤지어의 색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씨스타의 'Touch my body'가 흘러나오고, 출시와 함께 메가히트를 기록한 '허니버터칩'은 슈퍼마다 품절이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TV에 나와 전우의 인격과 군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을 만들자 연설한다. 군탈 담당관 범구(김성균)를 만나 군무이탈 체포조가 된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은 자신들이 "지구를 구하"는 아니, "탈영범을 잡"는 아니, "사람을 살리"는 일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는다. 콤비의 추적과 조사가 이어지고 탈영병과의 만남과 체포가 진행되며, D.P.의 일은 자살충동자를 구하는 일이 되고, 폭력과 부조리의 진상을 폭로하는 일이 되고, 결국은 조금씩, 또 조금씩 "군대를 바꾸는" 일이 된다. 특출나게 선하지는 않더라도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두 사람이 D.P.로 활약하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군대 같은 곳도 이젠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쌓여간다. D.P.는 탈영병을 데리고 반드시, 그리고 무사히 돌아온다는 믿음과 함께. 하지만 <D.P.>는 최종화에 이르러 이 순수한 믿음을 실현해주는 대신 그것을 꼬꾸라뜨리기로 선택한다. 드라마의 2014년은 현실의 2014년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당한 가혹 행위를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던 조 일병의 선의도, 부하들이 사람을 쏴 죽이는 경험을 하지 않게 막으려던 박 중사의 항명도, 가해자와 방관자를 깡그리 조사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한 상병의 답 없는 낙천도, 대한민국 군대가 내놓은 참담한 결말들을 바꿀 순 없었다. 주인공 준호의 전역은 아직도 500일이 넘게 남았고, 물론 나는 두 번째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돌아올 다음 시즌, 그 곳에서도 대한민국의 군인은 다치고, 자살하고, 끝내 총기를 난사해 또 다른 군인들을 죽이는 사형수가 되어있을 것만 같다. 강제 징병이라는 지금 당장의 현실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https://entertain.v.daum.net/v/kcAg2Mn3Ib?f=m
이 코멘트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좋아요 1182댓글 12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