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영
4 years ago

증명된 사실
평균 3.8
재밌는 글을 쓰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한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증명된 사실’을 읽고 ‘이산화’라는 작가를 발견하게 돼서 기쁘다. 이 단편집을 읽으며 크게 두 가지가 좋았다. 1. 작가가 단편마다 후기를 남겨 좋았다. 마치 단편영화 한 편을 본 뒤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보내듯이 단편소설을 본 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후기 덕분에 작품의 의도도 더 알 수 있었다. 2. 자기만의 무기가 있는 SF 작가란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SF는 대체로 그 소재가 독특하다는 점에서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클리셰처럼 반복되는 소재들도 있다. AI, 인공지능, 복제인간 등. 그 자체로 매력도 있지만 다소 진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산화는 신비동 물(크립티드)이라는 쉽사리 볼 수 없는 소재를 들고 나와 흥미를 일으킨다. 그 자신이 신비동물학에 빠지기도 했었기 때문에 이야기 속 동물들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다소 아쉬운 점은 단편이 으레 그렇듯 소설의 완결성이 부족한 점(재미를 붙이려 하면 이미 소설이 끝나 있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중고등학교 학생을 화자로 세우는 건 어색하다는 점 정도이다. 이산화가 써 내려갈 앞으로의 작품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