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온고지신, 향수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그 지점" - 나중엔 별점을 수정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의 이 황홀함은 기꺼이 이 영화에게 만점을 주게 만든다. 그만큼 이 영화를 마주하는 경험은 황홀하고, 짜릿했다. - 이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다가왔다. 무려 초등학생 시절부터 턴테이블과 타자기에 관심을 보였고, 요즘도 LP판과 카세트테이프에 관심을 보이는 필자로서는 다큐의 기획부터 흥미롭게 다가왔다. '타자기 수집가'들의 이야기라니, 이 얼마나 흥분되는가? 형형색색의 타자기들이 등장할 때마다, '타다닥!' 타자 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경쾌함으로 가득찬 관람이었다. - 이 영화는 '타자기'라는 뼈대를 두고,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비추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미국에서 타자기 수집가로 유명한 배우 '톰 행크스'부터, 유명 가수 '존 메이어', 타자기 부품 예술가 '제레미 메이어', 작가, 타자기 수리점 직원, 일반인 타자기 수집가들 등 각자의 위치에서 타자기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화는 타자기가 단순히 '아날로그를 향한 향수'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기록의 가치를, 재생산의 영감을, 혹은 삶의 의미 등 다채로운 의의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든 의의는 '실재한다'는 아날로그의 속성에 기반한다. - 결국 이 영화의 큰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는 어떤 관계인가'를 논한다. 과거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그 과거의 잔재를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선사하고, 동시에 그 의미가 현대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교차편집의 활용이었다. 영화는 타자기 수리점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와 신제품이 공개되는 애플 매장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면서 과거의 기술과 현재의 기술을 나란히 바라본다. -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신기술을 부정적으로 비추는 어리석음을 답습하지 않는다. 신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은 경고하지만, 그 유용성은 인정하면서 과거의 가치를 신기술을 통해 빛내는 과정을 비춘다. 예를 들어 타자기 수리점이 인터넷 페이지를 오픈하여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모습처럼. 결국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는 과거의 소중함과 현대의 유용함 사이에서 중용을 외치며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굉장히 진취적이고 동시에 혁신적이다. - 요즘 부는 '뉴트로' 열풍이 조금 걱정되는 것은, 과거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은 채 단순 '새로운 힙함'의 트렌드로 전락한다는 느낌이 종종 들기 때문이다. 이런 타이밍에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는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선언문이 있다. 이 선언문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 후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결국 혁명은 타자로 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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