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n

암수살인
평균 3.7
강태오의 방식대로 관객을 교란하는 영화. 뒤집어 만든 유주얼서스팩트 . (스포일러) . . . . . 간혹 가다 믿을 수 없는 인물을 화자로 두어 관객을 현혹시키는 영화들이 있다. 유명한 예로는 우리가 잘 아는 유주얼서스팩트가 있는데 유주얼서스팩트가 믿을 수 없는 화자의 진술에 기반을 두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면 암수살인은 그러한 믿을 수 없는 화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다시 이야기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관객들의 위치는 자연스레 김형민의 위치와 동등해지고 따라서 관객들은 김형민과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는 화자가 주는 정보를 통해 사건을 추리해 나가야 한다. . 감독은 이러한 구조의 효과를 효율적인 플래쉬백의 사용으로 극대화 하는데, 얼핏 봤을 시에는 남용, 또는 다소 불필요한 설명들로 보이는 영화의 플래쉬백 사용방식은 극중 강태오의 진술방식과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영화 속 강태오가 하는 진술을 두 가지로 분류해 본다면 상세한 진술과 소략한 진술이 있을 것 이다. 겉보기에 전자는 강태오 스스로에게 '실'이 되는 진술이고 후자는 강태오에게 득이 되는 진술이다. 자신의 살인을 자백하는 진술은 소략하고 애매모호 할수록 본인에게 유리할 테니깐. 하지만 강태오는 상세한 진술을 이용해 박미영사건과 오지희 사건을 혼동하도록 교란하고 소략한 진술을 통해서는 그저 50대 남성의 살인사건인줄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살인과 관련해 어릴때 라는 애매한 단어를 사용하여 본인의 범행과 치부를 감춘다. 어릴 때 라는 단어가 결국 김형민이 강태오가 본인의 아버지를 살해한 걸 확신할 수 있었던 단어가 됐다는 걸 감안하면 강태오의 입장에서 전자의 상세한 진술이 실, 후자의 소략한 진술이 득 이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고 오히려 역이 성립하는 꼴이 돼 버린다. . 플래시백의 사용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다. 초반부 오지희사건과 관련한 플래쉬백씬은 강태오가 오밤중 오지희에게 차로 돌진하며 종결된다. 그 씬은 현재시점의 김형민이 과거에 강태오가 일했던 곳을 방문하는 씬과 연결됨과 동시에 그곳에 있던 시끄러운 자동차 사운드와 연결된다. 당연히 이러한 연출은 관객들로 하여금 오지희가 강태오의 차에 치여 죽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후에 강태오가 세차를 맡기는 장면에서 트렁크를 클로즈업 하는 쇼트는 오지희가 그 안에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강태오가 후에 세차를 맡길 때 그대로 더러운 차 내부와는 달리 차 앞 범퍼는 깨끗한 채로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약 강태오가 오지희를 차로 치어 죽였더라면 차 앞범퍼에는 피가 흥건해져 있어야 말이 맞을 것 이다. 그리고 오지희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영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중요하고 상세한 묘사로 보였던 이 플래쉬백씬이 결국 사건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후에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인물들의 진술과 그에 의한 플래쉬백들로 인해 퍼즐이 맞춰진다는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강태오가 김형민을 속인 방법과 유사하게 감독이 관객을 속인 꼴이 된다.(물론 도중에 앞범퍼를 씻고 왔다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연출은 관객을 속이는 기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앞서 배치되어 있는 강태오의 상세한 진술에 근거한 플래쉬백을 더 믿을만하게 연출하고 (심지어 앞에 배치된 플래쉬백씬들 에는 구체적 장소와 시간도 자막으로 깔려있다.) 후에 이야기에 불쑥 끼어드는 제3자에 의한 플래쉬백씬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긴가민가하게끔 연출해서 관객들을 은연중에 교란한다. 사실 김형민에게 득이 되는 정보는 강태오가 상세하게 묘사한 진술들이 아닌 사건에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인물들의 진술과 강태오의 애매한 진술들이고 관객들에게 득이 되는 정보는 그에 근거하여 긴가민가하게 연출이 된 후반부의 플래쉬백들이다. . 결국 이영화의 플래쉬백씬들은 강태오가 김형민에게 사용한 방법을 그대로 이식하여 감독이 관객을 속여 내는 연출인 것이다. 최근 개봉한 서치가 중요한 정보들을 덜 중요한 정보들 속으로 집어넣어 관객을 가지고 논 영화라면 암수살인은 정보의 구체성과 신뢰성을 토대로 관객에게 게임을 거는 영화라고 말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