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det
8 years ago

은빛 지구
평균 3.3
2018년 02월 19일에 봄
인류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과 실존적인 고뇌를 담은 개또라이 SF 영화. 시종일관 노골적으로 연극성을 드러내고 있어 브레히트적인 SF 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원시성이 강조된다는 측면에서 파졸리니의 영화도 연상되었다. 한편으로 장 뤽 고다르의 <경멸>도 떠올리게 됐는데 필름의 5분의 1이 유실되어 미완성된 느낌이 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경멸>은 고다르가 의도적으로 영화를 중단시키면서 끝나는 거라서 좀 다르기는 하나 영화의 외적 환경이 영화 속으로 틈입해들어옴으로써 영화가 중단된다는 측면에서는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관객이 이해하건 말건 상관없다는 태도로 결국 대작을 완성시킨 줄랍스키의 신념은 나로 하여금 영화란 무엇인가 혹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들었다. 줄랍스키 본인 스스로도 참을 수 없는 예술적 충동에 의해 그는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일까. 영화는 시종일관 파괴적 에너지로 차고도 넘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철학적인 대사와 파괴적인 에너지가 나로 하여금 궁극적으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결국 삶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