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어진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평균 4.0
일론 머스크가 이 책 좋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길래, '그래 인공지능 단어만 들어봤지 정체가 뭐냐?' 하는 깃털같은 마음으로 펼쳤지...세상에나 '살아서 뭐하나? ' 하는 중2때 졸업한 존재론적 위기가 쓰나미처럼 다시 덮쳐오는 근미래 디스토피아 절망편이 담겨 있을 줄은 몰랐지. 근데 이제 십진분류상 SF소설이 아니라 과학 분야라는 게...저자가 AI 학계의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포럼을 열고 의견을 나눈 끝에 쓴 책이 이거라는 거지? 왜 여기에는 써놓지 않은 건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초장에도, 스페이스X가 2018년 우주로 쏘아보낸 테슬라 로드스터 자동차 모니터에도 붙여놨던 그 문구 말이다 'Don't panic' 이 책 첫 장에 왜 안 써놓았냔 말이다. 나는 책을 절반 읽고 절망과 무기력의 공기방울에 갇혀버렸는데. 심히 암울한 공기방울을 달고 무거운 걸음을 질질 끌며 집에 왔지, 엄마가 베란다에서 나뭇잎에 쌓인 먼지를 한 잎 한 잎 닦고 있었고, 왜 닦냐 물어보니 '힘들어 보이잖아' 그 한마디에 그래도 아직 사람이 사는 세상이구나 하며 겨우 한 줄기 희망을 되찾은 거야. 그래, 책에서 말한 그런 날이 와도 인류는 적응할 수 있을 거야. 가장 비참한 상황에도 해학을 주고받으며 웃는 순간들이 있을 거야. 그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을 거야. 어짜피 태양은 10억년 뒤 지구를 집어 삼킬 거고 80년 뒤 나는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잖아. 그래... 괜찮을 거야. 따듯한 숨을 쉬는 엄마가 지금 베란다에 있고 곧 학교는 개강하니까. 그럼 이 모든 건 '인공지능'이라는 투박한 단어에 갇혀 의식 저편으로 묻힐 거야. 때가 되면 적응하겠지. 그냥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면 되는 거야. 내일 죽어도 괜찮겠을 하루를 매일 갱신하면 돼...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아마 오늘 종일 그럴 것이다. 내일이 되면 얼른 이 책이 잊히길 바란다. 괜찮아. 패닉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