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JE

JE

1 year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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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길

영화 ・ 2024

평균 2.9

2024년 10월 04일에 봄

원작보다 친절하게 느껴진다. 그 탓에 섬뜩하기도 우스꽝스럽기도 한 얄궂은 리듬과 불가해할 정도로 비약적인 흐름이 공명하면서 자아내던 원작의 기이한 에너지보다는 무뎌 보이지만, 을씨년스러운 긴장감만큼은 여전하다. 특히 인상적인 건 인물들을 묶어둔 폐건물과 총격전이 벌어지는 공장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이 거니는 거리, 활동하는 장소 같은 곳이 모두 현실과는 유리된 공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어떨 땐 초현실적인 인상마저 풍긴다. 단적인 예로, 헬스장에서 사람을 납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타인의 기척이 없다. 그저 장르적 진행을 위한 관습으로 여길 수도, 아니면 비현실적으로 구멍난 개연성으로 여길 수도 있을 듯한 대목이지만, 무인의 풍경이 도리어 스산한 긴장감을 이끈다. 더욱이 그런 공간감이야말로 영화의 기이하고 공허한 복수에 어울려 보인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사실 기요시 감독이 찍어내는 공간은 현실과 논리의 층위는 당연히 아니고, 장르를 위해 소모되는 무대도, 그렇다고 어떤 인물의 내면을 옮기기 위한 대유물로 나타나지도 않는 것 같다. 그 대신, 기요시 감독의 인장과도 같은 자동차 장면들처럼, 그의 공간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한 시공간의 공기를 낯설게 바꾸어버리는 힘을 지닌다. 그래서 화면 바깥의 것들과 알력을 벌이게 되는, 말 그대로 프레임으로 도려낸 영화적인 좌표처럼 보인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클라우드>에서도 (어쩌면 더) 엿보이는 스타일 같기도 하지만, (헬스장 장면처럼) <뱀의 길>의 공간도 분명 의미심장하다. 심지어 <뱀의 길>이란 프레임 내부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모니터 영상까지 보고 있으면, 그 중첩 내지 중층적인 공간이 제법 더 기묘해지는 것이다. 친숙하지만 낯선, 그런 언캐니함이야말로 기요시 감독이 그리는 공포가 아니었나 싶다. 이를테면 <큐어>의 내면에서부터 <도쿄 소나타>의 중산층 가정, <크리피>의 이웃, <산책자>의 언어와 감정 등에 이르기까지. 공간감도 아마 빼놓기 어려운 요소일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98년도의 <뱀의 길>이 그 자체로 기이한 에너지를 내뿜었다면, 24년도의 <뱀의 길>은 비교적 친절해진 이야기 덕분에 오히려 기요시스러운 언캐니가 강렬하게 전해져 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