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

망원동 에코 하우스
평균 3.8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출처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정말 좋아서 가슴 속에 조심스레 담아둔 문장이다. “알려는 노력,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사유하지 않음, 이것이 바로 폭력이다.” 책 ‘망원동 에코하우스’를 읽고 해당 문장의 ‘타인’을 ‘타자’로 살그머니 고쳤다. 내가 살아오며 ‘사유하지 않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타자들에게 상처를 주었는가. 생각해보면,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얼마나 ‘빚지고 있는지’ 단 한 번도 깊이 사유해 본 적이 없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어 그냥 구매하였고, 뜨거운 물이 세차게 피부에 닿는 그 감촉이 좋아서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세게 틀어놓고 샤워를 했다.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이 나를 얼마나 더 예쁘게 해 줄지만 고민하였지, 화장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화장품의 제조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동물들의 아픔은 고려하지 않았다. 고금숙씨는 망원동의 에코하우스에서 ‘생태적인 삶’을 살기 위해 정말 많은 품을 들였다. 품을 들이는 데에는 비용을 지출하고, 몸을 움직이는 경제적 품도 있지만,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품도 있다.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지 않는 일은 분명 아주 부지런하고 성실하여 ‘삶의 매 순간을 공들여 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욕망으로 점철된 자아와 적나라하게 마주해야 한다. 자아와 마주하는 일은 더욱이 품이 드는 일이다. 작가 요조는 썼다. ‘똑같이 비슷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매 순간 공들여 임하는 사람의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윤이 난다.’ 망원동 에코하우스에 자리잡아 ‘사부작 사부작’ 움직이며 삶을 이어가는 고금숙씨의 인생은 윤이 난다. 고금숙씨는 사유함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타자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녀의 삶은 매 순간 타자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윤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