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앞선 단편들은 다소 지루하다. AI가 하루키의 전작들을 참고해 써내려간 것 같은 글들은 소년과 소녀, 클래식, 재즈, 섹스, 기묘한 이야기 등 하루키의 에센스를 집대성하여 정리한 요약본 같다. 새로움 없이 자신의 정수를 날것으로 펼쳐보인 후, 일인칭 단수를 통해 본인에게 되묻는다. 이렇게 글을 쓰는게 정녕 멋지다고 생각하냐고. 잘차려 입고 바에서 좋아하는 술을 곁들여 독서를 즐기는 남성은 하루키 소설 그 자체이다. 비록 슈트와 넥타이가 어울리지 않더라도, 그 모습이 낡고 겉멋에 취한 소년 같더라도, 이런 모습이 곧 나이며 누구에게 설명할 이유도 의지도 없다. 애써 쿨하게 자리를 나서 보지만 밖의 풍경은 황량하기만 하다. 어느날 문득 인생의 굴곡과 선택을 거쳐 다다른 자신의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 슈트와 같다고 느껴졌을까. 행여 글로 인해 상처받았을 주변 지인들에 대한 미안함에 머쓱해져 작게나마 사과를 표하고 싶었을까. 우리 모두는 결과적으로 일인칭 단수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타협하는 하루키의 회고록 같은 글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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