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소년소녀
시리즈 ・ 2022
평균 3.2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애초에 분위기가 달라서 그만큼의 긴박감을 연출할 수는 없었겠지만, 전반부의 재난씬은 <그래비티>랑 비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다운, 또는 이소 미츠오의 특유의 낙관적인 톤을 버리고 진짜 재난물의 긴박감에 집중했으면 정말 <그래비티>에 준하는 장면들이 나왔을 것 같아요.
그래비티를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그래비티랑 비교할 만하다고 말하는 작품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건 제 나름 우주 및 재난 장르의 작품에 대한 최고의 찬사입니다.
(특히 인공지능을 핵심 소재로 다루는) SF로서 던지는 화두도 정말 흥미롭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인공지능 관련 사이버 펑크 작품의 독보적인 최고작으로 꼽는 것이 소설 및 애니메이션인 인데, 그걸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근래에 인공지능을 핵심 소재이자 주제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수십년 전의 영화들보다도 한참 얕은 주제를 담고 있어 실망한 작품도 있었던 걸 감안하면, <지구 밖> 같은 작품들 덕분에 이야기의 장르는 가진 논의를 더 풍부하게 확장하며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비티>와 <비트리스>라는, 제 기준에서 각각의 장르에서 최고의 자리에 위치한 작품들을 언급했지만 그걸 넘어서는 이야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고 만약 그걸 해냈다면 당장 어마어마한 걸작이라고 평했을 것입니다.)
특히 결말부의 이야기가 다소 피상적이고 나이브한 점은 꽤나 아쉽습니다.
또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 모두를 충실하게 다뤄내지 못한 점도 좀 아쉽네요. 다만 이건 각본/연출 실력이 떨어져서인 건 결코 아니고 3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의 한계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작중 우주선(정거장?)에 직접 가보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매력적인 공간적 무대를 선보이며 시각적으로 즐거운 감상을 선물해줍니다. 전체적인 색감이나 캐릭터 작화도 제 취향이었고요.
아쉬운 점은 있으나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분들께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