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롤백... 안되겠죠? Huh, deja vu. 워너 브라더스가 매트릭스 속편을 만들겠다 하자, 라나 워쇼스키는 '누군가가 만들 바에는 차라리 내가 만들겠다'라는 기세로 담고 싶었던 메시지를 모두 담으려 한 느낌입니다. 근데 보고 나니... 차라리 다른 사람이 만든 매트릭스가 더 궁금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감독의 개인적인 얘기인 건 알겠지만, 굳이요? 영화는 이제 0과 1로 표현해선 안되는 세상이 찾아왔다며, 이분법을 무너뜨립니다. 꿈(Nebuchadnezzar)이 말하는 진짜/가짜를 넘어 기억(Mnemosyne)이 말하는 감정에 새로운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렇게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기존의 이야기를 살려내고 거기서 더 나아가는 방향을 택합니다. 전작이 나왔을 때와 지금 사이에 바뀐 세상을 녹여내 서사를 업데이트한 셈입니다. 잔뜩 추가된 메타 요소도 이 새로운 방향을 조명합니다. 근데 이게 맞나...? 정작 저는 별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방향의 문제가 아닌 설득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아무리 방향에 공감해도 그 과정이 색다를 것 없으니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메타 요소들을 통해 스스로 굳이 존재하지 않았어도 되는 속편이라고 인정한다고 해서 영리하고 잘 만든 속편이라 생각되진 않잖아요? 추억을 자극하는 요소들 역시 서사에 도움이 되지 않아 그저 추억팔이로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액션이 탁월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으며, 일부 액션은 그저 전작들에 대한 오마주로 그쳤다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기존 캐릭터들을 다른 형식으로 표현하려 한 시도들도 그저 그랬으며, 어딘지 모르게 영화가 전체적으로 가벼워 진 듯해요. 새로운 척만 하며 기존에 보여줬던 것들을 다시 보여준 느낌이라 실망이었습니다. 그게 의도였다면 설득이 부족했고요. 뭔진 알 것도 같은데, 정말 이게 맞나요? 이 세계를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긴 합니다. 영화 초반의 변주도 흥미로웠고요. 그리고 오히려 전보다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 사이의 케미는 나아진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제시하는 아이디어들을 보아하니 훨씬 더 잘 펼쳤을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존재해야만 했던 속편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지만요. ●●● --- 관람 전 코멘트 --- 토끼굴이 갈라지려나, 깊어지려나. <매트릭스>가 제가 영화 매체에 빠지게 된 첫 계기였기에 걱정도 크지만, 변화가 두렵냐고 또 묻는 듯한 시도에 기대도 하게 되네요. 선택지를 하나 더 준다는데 어떻게 거부하겠어요. (매트릭스 삼부작 약스포 + 뇌피셜 주의) 메타 요소가 훨씬 많아질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1차 예고편을 보니 1999년작 <매트릭스>가 상영되고 있는 장면이 잠시 지나가는데,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세계관 내에서도 존재하나봅니다. 유추를 해보자면 이번 영화는 매트릭스3 이후의 내용일 것 같습니다. (예고편에 눈이 지져진 네오의 모습이 비춰지므로 없던 일로 치는 건 아닌 듯해요.) 여기서의 Thomas Anderson은 이전의 해커가 아닌 영화 내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를 연기한 '배우'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잘 사는 것 같아 보이는 것도, 현실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비슷한 모습인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전 영화들의 내용을 잊은 채로 배우가 되었다는 내용은 1999년 원작에서 사이퍼가 스미스 요원에게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유명한 배우로 살게 해달라고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죠. 기계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트릭스3의 결말 이후에 네오를 매트릭스 내에 가두고 싶어하며, 그에게 편한 삶을 주어 자신이 매트릭스 내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Feat. 파란 약) 예고편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 인물이 요원(Agent)이 아닌 배우의 대리인(Agent)으로 보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말장난!) 그가 하는 대사 "Back to the Matrix"는 아마 배우 Thomas Anderson과 영화 내 영화 <매트릭스>에 대해 말하고 있던 것이겠지요. 예전에 Thomas Anderson을 스타의 반열에 올린 <매트릭스>에 대한 속편을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온 상황일까요? 결국 이번 영화(리저렉션)는 Thomas Anderson이 자신이 찍은 줄 알았던 영화 <매트릭스>가 사실은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서 다시 네오로 각성하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작을 보고 잠시나마 '우리도 시뮬레이션 속에서 사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우리에게 감독은 또 다른 생각 포인트를 던져줍니다: 첫 영화가 나온 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 및 첨단 기술에 의지하며 살고 있는 우리야말로 현실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매트릭스>를 그저 영화로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뇌피셜이긴 하지만 재밌네요. 아무튼 저는 가짜 세상에 또 빠져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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