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진

더 폴: 디렉터스 컷
평균 4.2
영화에서는 두 번의 추락이 제시된다. 로이가 스턴트 연기를 수행하다가 첫 번째로 추락하고, 알렉산드리아가 약병을 꺼내다 발을 헛디뎌 머리를 다친 것이 두 번째 ‘추락(Fall)’이다. ’영화‘ 라는 매체 자체로서 이미지화되는 이상을 꿈꾸다가 추락해버린 불쌍한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로이는 본인도 한때 영화 속에서 연기를 펼쳤던 것처럼 이민자 소녀를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약병과 교환되는 재밌는 옛날 얘기에서 소녀는 로이처럼 스턴트와 액션 그리고 웅장한 서사시에 맞닿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주연배우에 가려져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는 스턴트맨처럼 알렉산드리아는 점점 이상에서 주연이 되지 못하고 소외된다. 동료들이 하나하나 죽고 로이까지(그녀의 아버지까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순간 알렉산드리아는 모르핀 병을 꺼내다가 머리를 다치며 추락을 경험케 된다. 머리를 다친 순간 꼬마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공포들이 직접 괴물로 형상화되어 그녀를 덮치기 시작하는 시퀀스가 제시된다. 이 장면을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본 관객들이라면 그 훌륭함에 동의하지 않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현대영화가 주인공으로 어린이를 택한 것에 대해 가장 큰 연출적 성취라고 느꼈다. 아동기에만 느낄 수 있는 공포를 가장 사실적이게 그려내면서도(간호사의 성관계를 목격한 것 등의 경험이 마치 악령처럼 들이닥치는 묘사 등) 동시에 영화 특유의 판타지적인 연출의 클라이막스가 중첩되는 놀라운 순간이 펼쳐졌다. 누구나 가장 무섭고 사악하게 다가오는 빌런은 역설적으로 자신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온 로이에게 “로이, 제발 죽지 말아요” 라고 눈물 섞인 애원을 하는 장면에서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울었던 경험이 있다. 그녀는 이야기 속 로이와 휠체어를 탄 스턴트맨 둘 중 누가 죽지 않았으면 했던 걸까? 판타지와 신화를 매개로 인종 성별 나이 모든 것이 다른 두 추락자들은 한 가족이 되어서 빌런을 물리친다. 마지막 장면 결국 죽지 않은 로이와 상처가 아문 알렉산드리아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장면은 사실은 이 영화가 ’영화‘ 라는 이상을 꿈꾸다 추락해 버린 모든 이에게 바치는 헌사였다는 걸 넌지시 고백한다. <판의 미로> <아멜리에> 같은 현대 판타지 영화의 결을 잇는 걸작이고 또한 훌륭한 메타 영화라고도 부를 수 있다. 로이, 죽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