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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미어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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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 쥐> 할머니는 시집에서 인간 취급을 못 받았을 수 있다. 며느리를 쥐 잡듯 하는 시어머니의 행동이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다 부엌에서 마주치는 쥐들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쌀이나 축내고 병균이나 옮긴다는 쥐, 그래서 나타나면 부지깽이로 때려 죽여야 하는 쥐, 하지만 쥐들도 살겠다는 의지로 눈이 초롱초롱하지 않은가? 할머니는 자신이 쥐라고 생각함으로써 불가해한 느낌들이 해소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영군 - 싸이보그> 할머니의 쥐 행동은 주위와 다시 불화하고 할머니는 잡혀간다. 영군도 할머니를 잡아간 엄마와 하얀 맨들이 도저히 자기와 같은 존재라고 믿을 수 없어,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꾀한다. 인간이 아니면 뭘까? 그녀는 공장라인의 기계부속으로 존재하는 여공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기계(생산라인, 라디오, 자전거 등)와 동일시하여 자신을 싸이보그라 생각한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우리 인간들의 시선으로 보면 영군은 거식증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존재를 부정하는 거식증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싸이보그)를 이해하는 거식증이다. 여기서 치료는 망상을 없애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영군의 망상을 추인하면서, 존재의 근거를 유지시켜나가게끔 하는 것, 바로 ‘밥은 먹게끔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치료이다. 영화가 제시하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명제는 대사 그대로 ‘사이보그이지만 밥먹어도 괜찮다’는 뜻이다. <일순 - 안티소셜> 일순은 소멸될 것이 두려워 훔치는 안티소셜(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정신분열증 환자이다. 그는 남의 것으로 자신의 공허를 메우려 한다. 그에겐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말랑말랑해서 탁구 실력을 훔친다던지 지나치게 공손함을 훔치는데, 이는 대표적인 정신분열증의 특징이다. 그가 안티-소셜이라는 건 일종의 역설이다. 그는 타자와의 교감과 소통을 언어화되지 않은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루는데, 그것이 사회의 상징질서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안티소셜하지만, 접속의 능력으로 보자면 울트라소셜하다.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타인을 관찰하여 핵심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기꺼이 자기 것으로 삼아 직접 타인을 체험한다. 그의 자아는 비어 있으며 타인의 것으로 자기를 채운다. 무한한 잠재성을 지닌 그의 ‘타인-되기’. <일순의 자가치유> 일순은 그녀의 부탁으로 동정심을 훔친 뒤 영군의 발작을 본다. 그녀의 두 번째 발작 상태에서 그녀의 망상을 함께 본다. 그는 그녀의 총격망상에서 자신이 작아지는 망상을 함께 겪는다. 망상의 공명. 그는 작아진 채로 작화증 환자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앙상한 그녀 몸에 어머니 유품을 거짓으로 장착한다. 그녀가 처음 밥을 먹을 때, 그는 그녀의 믿음대로 그녀 몸속에서 어머니 유품이 작동되는 것을 본다.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이 그녀에 대한 동정심으로 대치되었음을 스스로 느끼는 장면이다. 그는 어머니 유품을 영군 할머니 유품에 합장하며 과거의 상처와 작별한다. 그의 결핍이 그녀의 망상과 합체되고 그녀를 살림으로써 그의 공허감 역시 자가치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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