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orm
2.5

악령의 밤
영화 ・ 1957
평균 3.4
악마를 부르는 죽음의 부적. 부적을 넘기는 단순한 형태에 모든 이야기가 퇴색된다. ===================== 악마의 저주는 영국에서 제작된 자크 투르뇌르 감독의 1957년 공포, 미스터리 영화이다. 다나 앤드류스 등이 주연으로 출연하였고 핼 E. 체스터 등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 1. 자크 투르뇌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캣 피플]이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와 같은 멋진 발 루튼 영화들일 겁니다. 필름 느와르 팬이라면 [Out of the Past]를 떠올릴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 밖에는? 투르뇌는 세 편의 루튼 영화로 B급 감독의 틀에서 벗어났지만 그 뒤는 생각만큼 근사하지는 않습니다. 이 양반도 B급 영화터가 가장 어울리는 감독이었나 봐요. 참, 영화 하나를 빼먹었습니다. 비교적 그의 후반 영화지만 투르뇌의 팬들을 만족시킬만큼 B급 호러인 [악마의 저주]입니다. 2. [악마의 저주]의 주인공은 모든 초자연현상에 회의적인 심리학자 존 홀든입니다. 그는 어쩌다가 줄리언 캐스웰 박사라는 악마 숭배자가 관련된 사건에 말려들고 당연히 사방에서 그의 믿음을 흔드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러다 자기 자신이 악마의 저주에 말려들어 목숨이 왔다갔다 하게 되었다는 걸 안 뒤로는 그도 결국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죠. 영화는 어딘가 데이나 스컬리 혼자 뛰는 [엑스 파일]을 연상시킵니다. 데이나 앤드류스(도대체 왜 남자 이름이 데이나인거지?)가 연기한 존 홀든 박사는 정말 지독한 회의주의자거든요. 사실 그래서 조금 재미가 떨어집니다. 뻣뻣한 회의주의와 초자연현상의 대결은 그만큼이나 노골적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아주 잘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각본은 투르뇌가 루튼 시대에 다루었던 영화들보다 훨씬 잘 짜여져 있습니다. 초기 영화의 로맨티시즘은 줄어들었지만 초자연현상을 과장없이 매끈하게 다루는 수법은 훌륭합니다. 호러 이미지를 다루는 투르뇌의 수법도 녹슬지 않아 영화는 여러 근사한 장면들로 가득하고요. 악마의 공격을 피해 홀든 박사가 숲 속을 달아나는 장면이나 캐스웰의 집으로 숨어들어간 홀든 박사를 뒤쫓는 그 커다란 손의 이미지 같은 걸 보세요. 그러나 이 영화를 루튼의 초기 호러와 동격으로 놓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마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완벽한' 각본이 훌륭한 호러 영화가 갖추어야 할 열린 분위기까지 잘라내어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3. 이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도입부와 결말 부분에 등장하는 악마의 모습입니다. 언제나 은밀하게 분위기만 깔았던 투르뇌의 성격과는 맞지 않거든요. 소문에 따르면 투르뇌는 이 악마를 흐릿하게 형체만 드러나게 하려 했지만 제작자의 고집 때문에 억지로 또릿또릿하게 초점이 맞은 악마의 모습을 삽입할 수밖에 없었다는군요. 사실 이 영화의 악마는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디자인도 그 정도면 괜찮고 특수효과도 당시 수준으로 보면 꽤 좋은 편입니다. 요새 관객들의 눈에는 좀 뻣뻣해보이긴 하지만 [킹콩]은 뭐 안 그런가요? 그러나 '이 영화에 이 괴물의 노골적인 모습이 어울리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부정적입니다. 이런 괴물은 [고질라] 같은 괴수물에나 어울리죠. 그런 거대 괴수물에 이 괴물을 끼워넣었다면 아주 효과적이었겠지만 상당히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투르뇌의 호러에 이 괴물이 들어가니까 영화가 우스꽝스러워집니다(사실 전 이 악마가 거의 귀엽기까지 했답니다.) 역시 분위기만 풍기는 편이 나았을 걸 그랬어요. (99/07/08) DJUNA 기타등등 1. 데이나 앤드류즈의 연기를 칭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의 절제된 연기는 [로라]나 [옥스보우 인시던트]같은 영화에선 장점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뻣뻣해보이기만 하거든요. 그러나 이 클래식 헐리웃 시대의 배우에게 아주 무자비하게 굴 생각도 없습니다. 향수 때문인가봐요. 2. 캐스웰의 할로윈 파티가 갑자기 폭풍에 휩싸이는 장면은 히치콕의 [새]에서 생일파티가 새떼의 습격을 받는 장면과 묘하게 비슷합니다. 이 장면이 예언이었다면 홀든이 고양이의 습격을 받는 장면은 투르뇌의 옛 루튼 영화 [캣 피플]이나 [표범 인간]의 회상처럼 보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