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ngik Kim
4.0
고대의 아포칼립스
시리즈 ・ 2022
평균 3.4
#고대의아포칼립스 음모론은 재미있다. 논증은 대체로 복잡하고 어렵고 건조한데 반해 음모와 선동은 명쾌하며 쉽고 뜨겁다. 대개 논증이 어떤 이론의 형태를 띠는데 반해 많은 음모론이 대체로 어떤 스토리텔링..혹은 썰의 형식을 갖기도 하고. 그러니 이런 (얕은) 미디어의 시대에 특히 그 음모론이 더 득세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뭐 진영도 영역도 가리지 않고 말이지. 지구평평설처럼. 한때 나도 그런 뜨거운 음모론..에 심취했던 적이 있다. 나의 청소년기 주 덕질 대상이었던 퇴마록이 시작이었다. 뭐 그 전부터 애국심..이 꿈틀.. 이다가 갑자기 혼세편 말미 홍수 에피소드에서 빵 하고 터져나오더니 말세편에 이르러서는 눙물… 다음 작품인 치우천왕기 가면서는 더욱 아득한 뜨거움.. 한민족의 뜨거움이 이렇게 묻혀있다니 이 나쁜 (불특정 다수의) 놈들.. ㅠ (그런 시대였던지 그땐 그런 콘텐츠가 많았다. 장정일 삼국지도 그랬고, 김진명 소설도 그때가 한창이었고. 심지어 역사책의 탈을 쓴(?) 한권으로 읽는 무슨무슨 실록 시리즈에서도 고구려와 백제를 무슨 굇수처럼 묘사했고, 그게 재미있었고.. 세기말이었고.. 그땐 매트릭스에 다빈치코드에 바이블코드에 일루미나티에.. 자의식과잉의 사춘기 시절의 나는.. 중략) 암튼, 세상의 숨겨진 진실(?)을 알기 위해 로잼 도서들을 찾던 나에게 <신의 지문>이 눈에 들어온 건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로그라인은 아주 후킹했고, 퇴마록 주석에서 읽은 바 있던 홍수 설화를 다룬… 이 책 역시 어느 정도는 사실 같았고.. 암튼 그렇지만 로잼이어도 너무 로잼이라서 몇차례 시도했으나 한번도 완주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나도 나이를 먹었고. 하지만 여전히 나름 역덕이고, 여행을 가면 꼭 고대 유적지는 가보려고 하고-아니 여행지를 고를때 그런 유적의 유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 역사를 아는 것도 재미있지만… 은근한 msg 섞인 썰을 알거나 파는 것은 여전히 더 재미있다. (신성모독주의: 뭐 어려서 기독교 문화에 둘러싸여 자랐다면.. 말 다한거 아닌가.) 그러다가 봐버린거지 이 다큐를. 길게 어린 시절 썰을 풀었다. 그것이 이 콘텐츠를 본 나의 감상이다. 아마 사실이 아니라는 건 알고,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을 소비하는 것에 어떤 괜한 부채감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내 어린 시절 켜켜이 쌓아올린 길티플레저가 마음 깊이 날뛰니 이런 콘텐츠를 콘텐츠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더군다나 넷플릭스가 돈을 왕창 들여 때깔 좋게 뽑았으니 내 어쩔 수 있나. 그리고 핸콕 아재. 솔직히 망치든 사람 눈에 뭐만 보인다고 무슨 사라진 고대문명 무새처럼 원패턴 주장만 여전히 반복하지만.. 아 진짜 지금까지도 그자리에서 저렇게 정력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떤 경이로움이다. 퇴마록을 읽으며 반짝 환빠..로 타올랐던 나는 어느덧 사십줄의 아저씨가 되어 시들시들인데 핸콕 아재의 저 에너지는 레알인 것이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1211003?s=i&trkid=13747225&vlang=ko&clip=81635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