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네상스형뮤지션

오! 한강
평균 3.7
‘하나의 선을 긋는다는 것은 하나의 혁명과도 같은 일일세.’ 60-80년대 한국 영화를 보는 듯한 미장센과 문화형, 화법. 영화의 감정선은 물론 말투와 억양도 재연되는 듯하다. 허영만의 그림체와 표현법이 1987년에 이미 이 정도나 원숙했다니. 2019년 복간되었으니 이런 작품은 반공 요소 빼고 적당히 각색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해도 훌륭하지 않을까. 조봉암에 대한 이승만의 사법살인 과정을 꽤 비중 있게 다뤘다. <건국전쟁> 같은 저열한 추앙물과 오세훈의 ‘이승만 기념관 건립’ 같은 욕지기 치미는 추진 등 저 극우 국힘당이 살인독재자 이승만을 국부로 삼으려는 (역사의 교훈도 없이 무지에 의한)현실이 참담할 뿐. ‘언어가 타락하면 세상도 타락하고 언어가 끝장나면 세상도 끝장이지! …언어는 사물에 선행한단 말일세.‘ 현대에도 여전, 아니 더 극명한 아포리즘. 독일 나치의 언어 선전술까지는 가지도 말자.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이태원 참사를 ‘할로윈 사고’로, 디올 명품백을 ‘조그만 파우치’로, 간사한 한동훈의 총선 레토릭 ‘운동권 청산’ 같은 언어프레임으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돈은 돈을 먹고 자라다가 이윽고는 인민의 피와 살을 먹기 시작한다네. 그게 바로 자본주의의 종착역일세. … 노예해방이라고? 모르는 소리 말게. 놈들은 모두 자본의 노예가 되었을 뿐이네.’ / ‘희망을 잃으면 감각도 잃기 마련이지.‘ / ‘이런 시대에 그 사람의 정치관이 곧 인격일 수도 있으니까.’ ‘나는 매우 걱정하는 바이오. 과연 조선인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살아있는 그림을 그려야지. 돌처럼 딱딱한 시체를 그리면 뭘 해?’ / ‘예술의 혁명이 정치의 혁명으로 이어질 순 있어도 정치의 혁명이 예술의 혁명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 ‘정치를 외면한 예술은 허약한 염세주의나 자기도취로 빠진다는 거 몰라? / 그림에 목적성이 개입되면 불순해지기 쉽고 자기주장을 강요하면 조잡해지기 쉽다.‘ / ’절벽이 나타나면 다른 길을 찾는 게 옳은 일 아니겠나? / 제가 오르던 산의 이름은 혁명이었습니다. 오르다봉께 절망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있더구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