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ngik Kim

삼체
평균 3.8
#삼체 (원작 소설의 팬 입장에서 쓴 내용이다) 원작 소설이 워낙 대단한 작품이었다. 원작자 류츠신은 이 작품으로 SF계의 노벨상이라는 휴고 상을(최근에 좀 휴고에 이슈가 있긴 했지만) 아시아권 작품 최초로 수상했고, 오바마가 '이 책을 읽으면 백악관에서의 내 현안이 너무 짜쳐보인다'는 기가막힌 샤라웃을 했던 바 있다. 중국에서만 300만부, 전 세계적으로 900만부가 팔려나간 이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이는 그 역시도 세계구 작가가 된 켄리우. 한국에서도 (특히 페북을 하는 우리네 아저씨 세대에게는) 꽤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다. 초판은 단숨에서 나왔다가 최근 자모에서 양장본으로 재발간함. (물론 나는 두 버전 둘다 있다...) 작품은 영상화에서도 이슈였다. 2018년 아마존에서 무려 10억불, 한국 돈으로 1.3조원에 달하는 판권료를 질렀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빡세게 하려나보다 하던 차에 2년반 후인 2020년, (아마존이 쥐쥐를 친건지) 넷플릭스에서 다시 이 판권을 사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얼마를 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브스 아웃> 후속작 판권을 4.5억불, 로알드 달 컴퍼니의 IP를 6.8억불에 질렀던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5억불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물론 이게 선중잔을 나눠서 지급하는 것이었을테지만. 류츠신은 <삼체> 뿐 아니라 <유랑지구>로도 큰 성공을 거둔, 세계구 거부. 2020년 넷플릭스가 <삼체>의 제작 소식을 발표할 땐 이미 꽤 구체적인 스태핑이 진행된 상태였다. 쇼러너와 제작진이 <왕좌의 게임>의 콤비였고(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제작자문으로는 켄리우가 붙어있었지. 1년 뒤 2021년에는 첫 두 개의 에피를 2019년 중국을 휩쓸었던 작품 <소년시절의 너>를 연출한 증국상 감독이 연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작년 6월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었고, 지난주 8개의 에피 전편이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넷플릭스가 제작 소식을 발표한지 3년 반만에 올라온 셈.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이번 시즌은 기본적으로 1권의 내용이 중심이다. 그런데 2권과 3권의 이야기도 일부 들어있다. 이건 아무래도 '거대 자본이 들어간 n개 시즌 분량의 영상매체'라는 구조적 특성을 감안한 각색일테다. 군상극으로 그려진 소설과 달리, 시즌제 드라마는 아무래도 중심인물이 필요한 매체다보니 3권에서야 등장하는 인물들을 초장부터 등장시키고 여러 인물들을 좀 헤쳐모여해서 전체 시리즈의 주인공 격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인물(들)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던 모양. 그리고 이 주인공 각색과 맞물려 중심 무대가 영국 런던이 된다. 이것 역시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의 절충이었던 것 같다. <삼체>는 이야기와 메시지의 특성상 뭔가 유구-한 문명과 제국주의에 대한 메타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퍼스트 콘택트를 다루지만 영화 (로버트 저메키스의) <컨택트>와 다른 지점이지.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 일천한(?) 미국과 미국인 따위(?)는 애초에 메인이 될 수 없는 이야기인거라. 그러니 나름대로 상업적 성공을 위해 화이트워싱(?)은 하긴 해야겠는데 미국의 차선으로 선택된 국가가 영국이고, 그래서 배경도 그렇고 주인공들이 영국인들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중국계 영국인.. 인들을 적극적으로 등장시키는 것으로 작품의 핵심 감성을 어느 정도 보존시킬 수는 있었겠지.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삼체>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우주적 스케일을 다루는 지구적 중대 이슈를 다루는 (사실 중국이지만) 동양 문명'의 감각이었는데, 이게 크게 중화되어버린 것은 좀 아쉬운 점이다. 드라마 시작 부분에서 문화대혁명을 다룬다는게 이슈가 되긴 하지만.. 그때 말곤 딱히 동양적 뭐가 없다. 특히 그게 잘 드러나는게 그 '삼체 게임'인데, 드라마에서 구현되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그건 한국인의 눈에 보기엔 너무 '할리우드에서 보는 중국'.. 느낌 아닌가. 뭐 물론 굳이 따지고 들어 진 청이 중국계 영국인인지라 그에게 맞춘 세계관이라고 하면 뭐 할 말은 없겠으나.. 그럴 수 밖에 없던 사정이야 이해하지만, 주인공들의 관계성 역시 너무 서구화(?)되었다. 해리포터 삼총사도 아니고.. 이 옥스포드 친구들 너무 다들 아름답고(?) 숭고한 우정 너무 서양인이다(?). 아 이해하지 이해해. 그래 백번 양보해서 원작에서도 딱히 한거 없는 왕먀오의 역할을 친구들한테 나눠주는 것 오케이, 원톈밍도 뭐 거시기니까 윌(캐릭터는 좋았다) 된 것도 오케이. 아 근데 면벽자 뤄지... 이건 뭐냐? 아 그리고 스창은 진짜 선넘었다?? 그래 베네딕트 웡 좋은 배우라는 것 알지만, 클라란스는 너무 안 스창이다. 스창 진짜 이 왕먀오 뤄지 쌈싸먹는 스트릿 스마트 스창은 어디간거냐고. 원작소설이 문이과 양쪽으로 모두 굉장히 하드한 작품이었던 것을 좋아했던 입장에서, 그 하드함이 대폭 낮아진 점도 아쉬움의 포인트. 나노섬유, 광통신, 삼체문제, 우주항공 등 과학에 대한 부분도, 검은 숲 이론을 위시한 문명간 인터랙션과 외교에 대한 부분도 축소되어있다. 이 역시 화이트워싱과 마찬가지로 대자본이 들어간 대중 영상 콘텐츠로서 (사실 구현하는 것 역시도 애매하고, 대사로 쳐도 로잼일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 작품을 기다려왔고 보기로 한 알파이자 오메가가 원작 소설에 대한 애정과 덕심이었던 입장에서.. 아쉽..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세계구였던 원작소설에 비해 부족할 뿐이지) 본격적인 SF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귀하다. 등장인물들이 사이다처럼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액션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작품의 템포는 느리다. 하지만 지적 충만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고, 원작소설에 비해 그렇다 할 뿐이지 굉장히 '문학적'인 작품이다. 보통의 넷플릭스 텐트폴 작품이라기보다는 좀 매니악한.. 아마존 프라임이나 애플TV 오리지널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진중하고 철학적이다. <데브스>, <페리퍼럴>, <포올맨카인드>, <킨>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