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너부리

너부리

8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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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책 ・ 2018

평균 3.6

유시민이 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스스로가 원전과 일반독자를 이어주는 가교에 불과하다는 정체성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불필요한 자기과신에 좀처럼 빠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옳다고 믿는 신념을 독자에게 주입하려 들지 않는다. 한 공동체에서 정상급의 지적 역량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상아탑으로 도피하여 느긋하게 혼자만의 지적 유희를 즐기는 것을 거부하고 고전과 독자를 이어주려고 하는 지난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건 물론 그 자체로도 놀라운 일이다. 한국사회의 지적 풍토를 감안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유시민이 저서 속에서 독자를 계몽의 대상이 아닌 '찾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답을 함께 찾아 나가는 동반자'로 대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본다. 내가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그가 달고 있는 기라성 같은 타이틀에 위축되어 한 수 접고 들어가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 서서 말을 건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건 아마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