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주
7 years ago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평균 3.8
2019년 06월 10일에 봄
부서지고 있는 것은 파괴될 수 없다.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나는 메말라 부서지는 삶의 표층과 그 부스러기들을 손가락으로 매만져가며 시간을 보냈다. (...) 파괴되지 않으면서 부서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찌 되었든 삶을 기반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나는 책이라는 기반 위에 삶의 터를 잡을 생각을 한다. 어쨌든 나에게는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서져 망가지는 속에서 남이 쓴 글과 내가 읽은 글이 나를 만들었다. 남이 쓴 글이 나의 삶 어디에 자리를 잡았는지에 대한 기록이 이 책이다.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서문 중 이 서문을 읽는다면 당신도 이 책을 읽게 된다. . 그러니까 문제는 이것이다. 우리는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삶으로부터, 고독으로부터, 시간으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가 없는 것이다. (p.197) 이 책은 그러니까, 이러한 것들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이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이, 도망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깊게 사유한 바를 쓴 책이다.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라는 책 제목에 맞게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해 썼지만,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난 그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