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범죄, 스릴러, 드라마, 판타지,
로맨스가 모두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었다.
된장, 된장찌개라는 단순한 소재인데도
꽤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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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달 정도 매식만 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아침은 라면이나 토스트, 달걀,
샐러드 등으로 때우고, 점심과 저녁은
매번 식당, 메뉴를 바꿔가며 먹었는데,
날이 갈수록 아침과 점심은 아점이 되고,
가끔은 사먹는 밥이 지겨워 저녁도
건너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늘 배가
고픈 상태인데도 먹고 싶은 것은 없어
헛헛한 기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집밥집이라는 식당도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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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를 한 달여, 다시 집에서 밥을
해먹게 된 날, 갓 지은 밥에 반찬이라곤
알타리와 김, 그리고 된장찌개뿐이었는데도
어찌나 꿀떡같이 맛있는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머리끝이 쭈볏 서는 것 같았고
몸에 잔잔한 전율마저 이는 듯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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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탈주범이 된장찌개를 황홀한
표정으로 먹는 걸 보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그 탈주범이 사형수가 되어 죽기 직전에
남긴 말도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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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가 먹은 된장찌개는 예사로운
된장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 된장찌개를 맛본 PD 최유진은
된장을 만든 사람을 찾아나서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일들이 한편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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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을 만드는 재료.
콩, 소금, 물, 항아리, 매화로 만든 누룩,
햇살, 바람, 귀뚜라미의 울음 소리,
그리고 눈물..
만드는 방법은...기다림.
물론 콩도 소금도 항아리도 다 예사 것이
아니라 엄선된 것들이다.
그러면 탈주범의 발목도 묶어놓을 만큼
향기로운 된장이 만들어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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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이 최PD 역을 맡아 호기심
충만하면서도 필요하면 너스레도
곧잘 떠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이요원, 이동욱이 펼치는 애틋한 로맨스가
달콤쌉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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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제목 탓에 뒤늦게야 보게 된 것이
아쉽다. 중간에 볼일이 있었는데도
깜빡 놓치고 내처 봤다.